그러나 증권사는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노리고 거래 속도를 높이는 다양한 편의를 스캘퍼들에게 제공해 왔던 것이 드러났다. 불공정 거래를 위한 어두운 연계가 관행으로 자리잡아 왔던 것이다. 심지어 스캘퍼들에게 외부 사무실을 무상으로 임대해주거나, 증권사 서버와 바로 연결되도록 내부 트레이딩룸에 스캘퍼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또 방화벽을 거치지 않고 주문 시점에 필수적인‘원장체크절차'를 생략시켰다. 이런 각종 특혜를 제공받은 스캘퍼는 일반 투자자들과는 이미 다른 출발선상에서 시합을 시작했고, 실제로 속도가 승부의 결정력인 ELW 거래에서 3~8배 빠르게 초단타 매매를 수행할 수 있었다. 일반 투자자들이 ELW 거래를 하려면 인터넷망을 통해 접속서버와 주문서버를 차례로 거쳐야 하지만 스캘퍼들은 증권사가 만들어 놓은 주문 전용 서버만 거치면 됐다. 일부 증권사는 스캘퍼에게 전산망 해킹을 막는 방화벽까지 건너뛰게 해 거래 속도를 높여줬고, 사무실까지 차려줬다.
증권사들은 하루 수백억 원을 거래하는 VVIP 고객인 스캘퍼를 염두할 수 밖에 없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ELW를 광고하며 불공정 시합의 참여를 종용했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옵션상품 거래에 참여한 3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불공정 시합을 통하여 2009년 4000억 원 등 4년간 1조 원을 날렸다. 지난해에도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러한 VVIP 초단타 매매자들은 2009년에만 1000억 원 이상 매매차익을 남겼고, 증권사들도 1000억 원 이상 벌었다. 불공정한 시합에 끌어들여 들러리를 세우며 시장점유율을 높였다. 불공정한 시합을 알았다면 다수의 개미투자자는 ELW라는 종목 출전은 아예 하지도 않았으리라. 당연히 검찰은 증권사들이 스캘퍼들에게 제공한 특혜는 자본시장법 178조 1항이 금지한 ‘부정한 수단'을 사용한 불법이라고 보고 있다.
23일 자본시장 통합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삼성·우리투자·케이티비(KTB)투자·이트레이드·에이치엠시(HMC)·대신·신한금융투자·엘아이지(LIG)·현대·한맥투자·대우증권의 대표이사들과 유진투자증권은 전직 대표가 기소되어 총 12명의 대표이사들과 12곳 증권사의 임직원 수십명도 함께 기소했다. 한국 증권을 대표하는 주요 증권사 대표가 대다수 기소되고, 스캘퍼 5개조직의 18명도 함께 기소되었다. 대표이사들의 결재를 받아 묵인하에 시행되었다고 하는 금번 사태에 국민들은 다시 한번 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검찰도 “지위에 맞는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해 이를 지시하고 감독하는 증권사의 대표이사를 기소했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업계 관계자는 VVIP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엄연한 불공정 행위다. 증권업계에서는 ‘과도한 처벌’이라는 반응이 나오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 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숨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금번 사태를 다시 한번 반면의 교사 삼아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보호 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국내 ELW 시장 규모는 이미 홍콩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시장 규율은 정확하게 이루어 지지 않은 상태로 금번 사태를 통해 국가적으로도 이미지 손상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한국 산업의 미래를 고민할 때 가장 고민하는 영역은 결국 금융산업이라는 이야기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 금번 조사에 관련된 증권사들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법의 엄중한 조치가 수일간 매체가운데 주목받다가 조용히 사라지는지에 대해서 명확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저축은행 사태를 통하여 많은 국민들이 인식한 것은 '법보다 가까운 집단이 아직도 확실하게 존재한다'라고 한다. 금감원 자체의 부정이 과도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금번 조사라고 얼마나 철저하게 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만한 상황이다.
최근의 연속된 금융비리의 노출을 통하여 새롭게 금융산업이 일어서 나가는 기회가 되도록 각계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금융산업의 투명성과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더욱 명확하게 제시해야 국민들의 현 금융 관행에 대한 실망도 줄어들 것이며 선진 금융산업의 정착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줄수 있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연이어 터진 것으로 해석하는 해외매체도 있었다. 건전한 금융시장의 논리에서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을 여기까지 이르게 한 주요 산업이 있다면 반도체, 전자, 조선, 자동차 산업등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이 있다. 그러나 이 시대 리더들은 그동안 한국을 먹여 살려 왔던 수많은 산업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음 세대 한국을 먹여살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을 떠올리다가 주저하는 산업으로 금융산업이 있다는 이야기는 우스개 소리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산업이자 가장 수준 높은 산업 중 하나라고 해야 할 금융산업과 관련산업이 한국 산업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세계 금융산업에서 주목받게 될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때가 오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