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그리스 디폴트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띠면서 협력의 동력을 다소 잃었던 G20 체제가 이번 위기의 재심화를 계기로 또다시 위기관리협의체로서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6일 "최근 파리에서 열린 G20 실무국장급 회의에서 단기적인 금융시장 불안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를 이번 칸 액션플랜에 담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정책 공조의 초점이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에서 경기 침체 방지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본격화된 전 세계의 경제위기 속에서 2008년 11월 정상회의로 격상된 G20 체제는 1,2차 회의에서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 마련에 주력했다면, 3차 회의부터 논의의 초점이 위기 이후 세계경제 관리체제의 형성으로 전환되었다.
특히 5차 회의인 지난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위기를 넘어 동반 성장'을 슬로건으로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프레임워크(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고 이후 글로벌 불균형 완화가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재정 위기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주요국으로 번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G20 의제가 단기적인 리스크 대응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G20회의가 개발을 이슈로 한 '개발ㆍ재무장관 합동회의'였다가 거시경제 정책 공조를 위한 프레임워크를 논의하는 별도의 재무장관 회의가 추가된 것은 이러한 논의 변화를 보여준다.
재정부에 따르면 이번 G20 재무장관회의는 유로존 문제해결을 위해 유럽연합(EU)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는 한편, 유로존 위기가 금융시장을 통해 글로벌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G20 차원의 대응방안, 중장기적 재정건전화와 단기 성장촉진을 조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0월 파리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11월 칸 정상회의로 이어지는 회의 일정상, 예비회담 성격으로서 칸 회의에서 시장에 어떤 메시지를 줄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EU가 유로존 해결을 위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고, 지난 10일 폐막한 G7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선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강력한 협력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는 구두선에 그쳐 위기관리협의체로서 G20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아이디어를 낸 성장친화적인 재정건전화가 어떤 결실을 낼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각국이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 긴축에 나선다면 자칫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재정지출의 급격한 삭감이 전 세계 경기 회복을 방해해선 안 된다면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단기적인 경기부양이 중장기적 재정 건전화 조치와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 같은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부 관계자는 "성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재정건전화를 추진하는 방안으로 정부의 지출을 연구개발이나 고용 부문은 유지하고 이전지출을 줄이는 등 정부투자의 구성요소를 성장친화적으로 바꾸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며 "유로존의 위기를 해결하고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방안이 당장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재정건전성 제고와 경기부양이란 모순된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할 상황에서 성장친화적인 재정건전화가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경제 침체의 대세 가운데 정부의 장기적인 안목을 겸비한 정책 모색이 중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