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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신임 총리로 몬티 총장 유력

[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이탈리아 경제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12일(이하 현지시간) 물러난 베를루스코니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 경제개혁을 이끌 총리로는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낸 마리오 몬티(68) 밀라노 보코니대학 총장이 유력하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중립 성향의 관료 중심으로 새 내각 구성을 준비 중인 몬티 거국내각은 이르면 13일 오후 또는 14일 오전 출범할 예정이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PdL)은 이날 총리의 사임 직전 성명을 통해 몬티 거국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보수 북부연맹이 반대하고 있지만, 최대 정파인 자유국민당이 지지하고 나섬에 따라 몬티 내각 출범은 중대한 문턱을 넘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정치 리더십 교체의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몬티 총장을 지난 8일 종신 상원의원에 임명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성명을 통해 여야 정치인들에게 눈앞의 작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며 비상 거국내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13일 각 정파 대표들과 만나 새 내각 구성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 등 EU 수뇌부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몬티 내각을 지지하고 나섰다.

롬푀이 EU 정상회의 의장은 조기 총선이 이탈리아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몬티 거국내각에 힘을 실어줬고,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일본 도쿄에서 몬티를 `지극히 유능한(extremely competent)' 인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몬티의 거국내각은 주로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경제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 내각 출범을 준비 중인 몬티 총장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만나 금융시장 안정 및 경제위기 타개 방안을 협의한 데 이어 야당 지도자들과도 회동했다. 또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초청으로 로마에 있는 총리공관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의회를 통과한 경제안정화 방안에는 연금 지급시기 연기와 노동시장 유연화 등 노동계와 서민들의 희생과 양보를 요구하는 사안들이 포함돼 있어 비상 거국내각의 경제개혁 실행 작업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편, 그리스의 과도 연정 출범에 이어 이탈리아가 거국내각 구성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금융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주요 증시와 뉴욕 증시가 지난 11일 일제히 상승세로 거래를 마쳤고, 지난 9일 유로존 출범 후 최고치인 7.46%까지 올라갔던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틀 만에 6.5%대로 떨어졌다.

앞으로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같은 구제금융 사태에 몰리지 않게 하는 데는 IMF가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IMF는 이달 초 프랑스 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베를루스코니의 요청으로 이탈리아 경제 개혁 추진 실태와 재정 상황에 대한 감독을 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