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규현 기자] 이탈리아 최장수 총리였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가 12일 오후(현지시간) 공식 사임했다.
그의 사임은 지난 11일 상원에 이어 이날 하원에서도 연금 개혁과 일부 국유재산 매각 등의 내용을 담은 경제안정화 방안이 찬성 380표 대 반대 26표, 기권 2표의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데 따른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8일 2010년 예산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한 사실이 확인되자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되는 대로 사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하원에서 경제 안정화 법안이 통과된 직후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 사임을 표명했으며,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이를 수용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1994년 정계에 입문한 언론재벌 출신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7년의 정치경력 중 10년 동안 3차례 총리를 지냈다.
재임 중 온갖 성추문과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날 하원 표결 직후 관저에서 마지막 내각회의를 주재하고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임 의사를 밝히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출발할 때 군중은 '어릿광대(buffoon)'라며 야유를 보냈다.
이날 밤 로마 시내에서는 베를루스코니에 반대하는 수천명의 군중이 사임 소식이 알려지자 일제히 환호했다.
하원 의사당 앞 몬테 치토리오 광장과 총리 관저 주변에 모여있던 수천 명의 군중들은 "잘 가시오. 실비오", "마침내 그가 떠났다", "이탈리아여, 영원하라"며 환호하면서 서로 얼싸안고 춤을 췄고, 일부는 샴페인을 터트리기도 했다.
약 20여 명의 성악가와 악기 연주자들로 이뤄진 소규모 악단이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연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저녁 마지막 내각회의를 마치고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에게 사임을 밝히기 위해 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군중은 `어릿광대', `감옥에나 가라', `마피아' 등 온갖 야유를 퍼부었다.
베를르스코니는 나폴리타노 대통령의 관저 앞에서도 비슷한 야유를 들어야 했다.
이 광경을 본 베를루스코니는 측근에게 "매우 씁쓸하다"고 말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