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익명의 90대 노부부가 구세군에 2억원을 기부했다.
지난 4일 명동 자선냄비에 익명의 노신사가 넣고 간 1억1천만원에 이은 또 한 번의 억대 기부다.
이번 기부로 '자선냄비 개인 기부 최고액' 기록이 16일 만에 경신되게 됐다. 하지만 이날 노부부는 구세군 빌딩을 직접 찾아와 기부, 1억 1천만원은 거리 기부금으로는 여전히 최고액이다.
한국 구세군은 20일 "90세 노부부가 오늘 정오 서대문구 충정로 구세군빌딩을 방문해 각각 1억원 수표 한 장씩 총 2억원의 후원금을 익명으로 기부했다"고 밝혔다.
부인(86)과 함께 구세군 박만희 사령관실을 찾은 할아버지(91)가 내민 봉투에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두 장이 들어 있었던 것.
금액을 보고 깜짝 놀란 비서실장 김종선(48) 사관이 성함과 거지주, 연세를 여쭸지만, 나이만 알려줬다.
이들은 2009년 12월에도 "구세군이 하는 좋은 일에 써 달라"며 각각 5천만원씩 1억원을 자선냄비에 후원한 바 있다.
당시 노부부는 자신들이 평안도 신의주와 정주 출신이며,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피란와 서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었다. 그리고 1억원을 어려운 북한 사람들을 돕는 데 써달라고 부탁했었다.
부부는 지난해에도 오고 싶었지만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들르지 못해 이번에 2년치를 한꺼번에 기부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세군은 노부부가 맡긴 총 3억원의 자선냄비 후원금은 1928년 자선냄비가 생긴 이래 개인이 기부한 금액 중 최고 액수라고 밝혔다.
구세군에 따르면, 이들 노부부는 구세군에 후원금을 맡기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가 있는 청소년들을 돕는 데 써 달라"며 "아무도 모르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정 때 이북에서 국민학교만 나와 배운 것, 가진 것 없이 재산을 모았다. 자식들에게 재산 대신 구세군 감사편지를 물려주고 싶다”며 구세군 빌딩을 찾아와 기부한 이유를 밝혔다. 노부부는 사령관이 쓴 편지를 받기 위해서 거리의 자선냄비가 아닌 구세군 빌딩을 찾았던 것.
구세군은 노부부에게 “혈혈단신 월남해 어렵게 모은 재물을 기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편지를 드렸고, 노부부는 "진짜로 오늘 밤은 다리를 쭉 펴고 마음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구세군을 떠났다.
한국구세군 박만희 사령관은 "후원자 뜻대로 어르신의 복지 향상과 장애청소년의 자활지원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어렵고 힘든 계절에 큰 사랑을 전해주시는 모든 자선냄비 후원자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에는 한국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모금 역대 최고 금액인 1억1천만원짜리 수표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60대 남성이 명동에서 "좋은 곳에 써 달라"며 자선냄비에 이 수표를 담았다.
지난 16일 밤에는 서울 청계천 오간수교에 설치된 자선냄비에서 1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 등이 담긴 봉투 8개(1174만5천원 상당)가 나오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