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남대문시장 상인과 노점상을 상대로 6년 넘게 수십억원의 금품을 조직적으로 뜯어온 남대문시장 관리회사와 경비원들 91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11일 남대문시장 상인과 노점상으로부터 수년간 자릿세 등 영업보호비,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총 16억8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갈취한 혐의(고갈 등)로 경비원 김모(43)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남대문시장 대표이사 김모(74)씨 등 시장 관리회사 임직원 8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남대문시장 개선사업을 빌미로 부실하게 제작된 12억6천만원 상당의 노점 손수레 260대를 노점상에게 강매한 혐의(강요)로 남대문시장 노점상 연합회(다우리회) 회장 김모(54)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시장 관리회사인 ㈜남대문시장 대표 김씨를 포함한 임직원 47명은 지난 2005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6년간 시장 이면도로에서 장사를 하는 노점상 57명으로부터 "청소비를 내지 않으면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며 청소관리비 명목으로 매일 3천원 또는 매달 4만~50만원씩 자릿세 총 6억8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남대문시장 본동상가 운영회 정모(67) 상무 등 13명도 중구청 소유 도로에서 장사하는 노점상 46명에게서 같은 수법으로 6년 동안 3억4천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액세서리, 시계, 환전 등 쓰레기 배출과는 무관한 업종의 상인들에게서도 한달에 최고 30만원씩 무차별적으로 청소관리비를 걷었고, 요구르트 배달원에게도 ‘공병이 나온다’며 매달 50만원씩을 뜯었다. 청소관리비라는 명목으로 자릿세를 갈취해온 것.
하지만 노점 연합회를 결성해 목 좋은 길목을 차지한 260개 노점상에게서는 어떤 명목으로도 돈을 걷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비원이 개별적으로 상인들을 협박해 금품을 뜯어온 정황도 속속 드러났다.
한 전직 경비원은 퇴직하면서 구청 소유인 이면도로에 노점 3곳을 자기 구역이라고 점찍고는 이를 노점상에게 월 150만원에 세를 줘 임대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영세노점상 김모씨는 매일 내는 청소비 2천500원을 아끼려고 집에서 김치만 싸와 인근 식당에서 1천원에 산 밥 한 공기로 점심을 해결하거나 빵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비원들은 '사장님이 외출할 때 눈에 거슬리신다'는 이유로 매일 1~3회씩 호각을 불며 노점상인에게 짐을 싸들고 뒷길에서 30분간 숨어 있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2월 남대문시장에서 경비원들이 상인에게서 금품을 갈취한다는 얘기를 접하고 관리회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다른 재래시장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갈취 행위가 있다는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