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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역 투신 자살한 남성 알고 보니 IMF 명퇴 은행원

[재경일보 이영진 기자] 11일 오후 12시20분경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서울역 방향서 진입해 들어오던 인천행 전동차에 몸을 던져 투신자살했던 신원 미상의 50대 남성이 IMF 명퇴 은행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12일 서울용산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때 명예퇴직한 은행원으로, 은행권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시작하기 전까지 국내 한 시중은행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해 12월부터 본격화된 구조조정에 따라 김씨도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퇴직금으로 노래방 사업을 시작했지만 경기침체가 겹치면서 퇴직금만 날린 채 가게 문을 닫았다.

고정적인 일거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모아놓은 돈은 점차 바닥을 드러내며 생활고에 시달리자 김씨의 아내가 식당일을 나가기 시작했고, 평소에 술을 좋아했던 김씨는 술에 취해 잠들거나 아내와 다투는 일이 많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2년 전부터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공근로사업에 나갔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공공근로 일거리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덩달아 일을 찾지 못해 쉬는 날도 늘었다.

함께 일했던 동료는 "생활고와 가정문제로 '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내뱉곤 했다. 최근에는 아예 일감이 없어 4일간 일을 못 나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씨는 20일쯤 전에 집을 나가 여관에서 생활하며 며칠에 한 번씩 집에 들러 밥만 먹고 나갔으며, 지난 9일에도 집에 들러 점심을 해결하고 나갔고 그날 오후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단 두 마디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연락이 두절됐다.

경찰 관계자는 "생활이 힘들다 보니 가족과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사고 소식을 들은 부인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진술할 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