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편집국] 한국은행은 13일 새해 들어 처음으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은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둔화'와 '물가상승'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내놓은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한은이 7개월째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금리동결이라는 고육지책만 계속해서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 현재 물가만 놓고 본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맞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4%를 넘어섰고, 최근에도 연달아 4%대를 넘고 있다. 하지만 또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국내외 경기둔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이렇게 물가를 올릴 수도 없고 내릴 수도 없는 애매한 상황에 처한 한은이 결국 꺼낼 수 있는 카드는 금리동결 밖에 없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금리동결 카드로는 현재의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실제로 한은이 7개월째 금리동결을 하는 동안 물가상승은 계속되고 있고 경기둔화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한은은 계속해서 제대로 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 카드' 외에 지급준비율을 올리거나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는 것을 통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한은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물가안정이 끝나고 경기회복이 되어야 대책을 내놓을 것인가?
현재 물가를 보면,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2% 오르며 11월에 이어 두 달 연속 4.2%를 기록했다. 물가지수를 새롭게 개편했지만, 4%대의 고공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이란 제재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미국과 이란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물가상승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은 물가 안정을 제1의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야 할 시점이다. 더군다나 새해 들어 정부가 강력한 물가안정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은은 꼭 금리인상이 아니더라도 주무부처로서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 안정의 책임을 정부에만 떠맡기고 뒤에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정부는 물가를 잡겠다며 이런 저런 카드를 빼내다 '물가관리책임실명제'까지 시행하며 호된 비판을 받고 있지만, 한은은 이런 비판조차도 받지 않고 무능하게 7개월을 보내고 있다.
물론 국내외 경기둔화가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려는 한은의 발목을 계속해서 잡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부동산 경기 경착륙, 이란 제재에다 북한 리스크까지 국제 환경을 보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경기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악재가 즐비하다.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이것으로는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 국내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에다 1천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한은이 만지작 거리고 있는 금리인상 카드를 쉽게 빼내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한은은 물가안정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그것이 한은이 존재하고 있는 목적이다.
결국 앞으로 경기둔화와 물가상승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계속 병행될 경우, 무책임한 한은은 아무런 대책 없이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다. 이로 인해 물가 고공행진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올해 물가가 지난해보다 안정을 찾으며 3%대에서 묶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번도 팔을 걷어붙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은 채 철저하게 직무를 유기한 한은에게는 이에 대해 그 어떤 긍정적인 평가도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은은 자신의 존재 목적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