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오진희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저녁 그룹총수들과 식사를 겸한 간담회에서 "대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이 애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동반성장 등 경제현안에서 재계가 중심을 잘 잡아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대표와의 신년간담회에서 "어떻게든 기업이 흔들리지 않게 지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고 이길호 청와대 온라인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사회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빈부 격차가 벌어지는 등 대기업이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야하는 점이 많다"며 "대기업이 이런 점에도 아주 지혜롭고 신경을 써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단체에서도 이 같은 조류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야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기업 가운데 중소기업과 모범적인 관계를 이루고 잘 하는 곳도 있다"면서 "대기업이 리드를 스스로 해 나가야 한다. 법으로 강제로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는 이란 제재 동참으로 인한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과 관련해서는 "미국 상하원에서 통과된 규정을 보면 (이란 석유 수입 감축이) 기름값을 상승시키는 결과가 나오면 통제를 푼다는 조건부로 돼 있다"면서 "사우디 등 다른 산유국의 증산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 후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오늘 (신년만찬은) 평온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대통령께서 상생경영을 위한 좋은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업무적인 얘기보다는 (각종 현안에서) 재계가 중심을 잘 잡아 달라는 당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만찬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석채 KT 회장,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구자열 LS 회장 등 재계 순위 5~15위 그룹 회장들과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사공일 무역협회 회장, 이희범 경총 회장 등이 참석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날 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으나 동반성장, 고용 등 경제현안에 관련한 질문에는 "다음에 이야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동양생명보험 인수전에서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