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규정 기자] 조선시대 우리 선조의 평균 키는 남성 161㎝, 여성 149㎝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의대 해부학교실 황영일·신동훈 교수팀은 15세기 이래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시대 116명(남 67명, 여 49명)의 유골에서 채취한 넙다리뼈(대퇴골)를 이용해 평균키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161.1(±5.6)㎝, 여성 148.9(±4.6)㎝로 각각 분석됐다고 31일 밝혔다.
이는 2010년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이 조사한 한국인 평균키(남 174㎝, 여 160.5㎝)에 비해 각각 12.9㎝, 11.6㎝ 가량 작은 수치다.
연구팀은 골반과 무릎 사이에 뻗어 있는 넙다리의 뼈 길이를 재 전체 키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는 방식으로 평균키를 추정했다. 이는 일본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재 사용되는 유골의 키 측정법 가운데 가장 정확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선시대 한국인의 평균키는 조선 초기인 15세기초부터 구한말인 19세기말까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중세시대에는 신장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가 19세기초 산업화와 함께 일시적으로 평균키가 급신장한 영국과 미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구 국가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15세기 이후 정체된 평균키가 20세기 초부터 급성장하는 특징을 보였다.
조선왕조의 개화기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졌고, 19세기말에서야 비로소 근대화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1960년대 들어 산업화가 본격화된 점에 비춰보면 이 같은 추세가 설득력을 얻는다는 게 연구팀의 해석이다.
국가별 비교결과를 보면 조선시대 남성의 평균키(161.1)는 다른 서구국가에 비해 크게 작았다. 하지만 일본에 비교하면 약 6㎝ 이상 컸다. 연구팀이 제시한 일본측 분석자료에 따르면 에도시대부터 명치시대까지 일본 남성의 평균키는 154.7~155.1㎝로 왜소했다.
이런 수치를 볼 때 당시 조선사람이 일본인들을 작다는 뜻에서 '왜(倭)'라고 부른 것이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는 셈이다.
황영일 교수는 "조선시대에 평균키가 작았던 것은 영양 상태와 함께 질병 등의 보건 위생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기에 영양성분의 섭취가 부족하고 질병 등을 겪으면 키가 작아진다는 사실은 보건학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은 미국 자연인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