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시내 기자] 과거 한반도 전역에 서식했던 한국호랑이가 시베리아 호랑이(아무르 호랑이)와 한 핏줄이라는 사실이 서울대 수의과대학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연구진(대표 이항 교수)에 의해 확인됐다.
서울대학교는 이항 교수 등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진이 20세기 초 외국으로 반출된 한국 호랑이의 표본에서 유전자를 추출, 비교·분석한 결과 호랑이의 아종(亞種;subspecies) 가운데 '아무르 호랑이'와 일치했다고 7일 밝혔다.
아종은 생물분류학상 종(種)의 하위단계로, 같은 종이지만 주로 지역적으로 특정한 차이를 나타내는 집단을 말한다.
연구진은 한국에 살아있는 한국 호랑이의 표본이 없기 때문에 국내에서 잡혀 해외에 반출된 한국호랑이 표본을 일본·미국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찾아냈다.
일본 도쿄 국립과학박물관과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문헌·자료를 통해 과거 한반도에서 포획된 것으로 추정되는 호랑이의 두개골과 뼈 표본 등을 발견하고, 이 표본들부터 모두 4개(일본 1개, 미국 3개)의 DNA 시료를 얻어낸 것.
이 시료들을 유전자 증폭 검사를 거쳐 현존하는 수마트라 호랑이, 말레이 호랑이, 벵갈 호랑이, 인도차이나 호랑이, 남중국 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등 6가지 호랑이 아종의 DNA와 비교하자, 3개는 시베리아 아무르 호랑이와 염기 서열이 완벽하게 똑같았고, 표본 수집 시점이 1902년으로 기록된 나머지 1개는 말레이 호랑이와 같은 아종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아무르 호랑이와 한국 호랑이가 같은 혈통이라는 것은 한국 호랑이가 멸종되지 않고 아직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극동 러시아 연해주 야생 서식지에 약 400마리 정도의 아무르 호랑이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성우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사는 "극동 러시아에 살아있는 야생 호랑이 보전에 성공해 이들이 번성하고, 러시아·중국·북한 사이에 호랑이 이동이 가능한 생태통로가 만들어진다면 아무르호랑이가 백두산으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국 호랑이는 백두산 호랑이,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 등으로 불리웠는데 환경부는 1996년 4월 공식적으로 멸종을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시베리아 호랑이와 백두산 호랑이를 별도로 구분하기도 하여 혼선을 빚어왔지만, 이번 실험 결과 같은 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러시아 극동지방의 호랑이는 무분별한 사냥으로 1930년대 20~30마리까지 줄어들었다. 이후 소련정부의 철저한 보호정책으로 개채수가 400마리 이상 증가되었지만 개발로 인한 산림 파괴와 서식지감소, 밀렵, 산불 등의 요인으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