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현정 기자] 스페인이 은행 유동성 해결을 위해 1천억유로(한화 약 146조3천580억원) 상당의 구제금융을 지원 받기로 한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미봉책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스페인 구제금융 요청에 대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구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는 노력에 시간을 벌어 준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을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와 프레사드 코넬대 교수는 "이번 조치는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주변국에 대한 가중되는 압력을 완화시킬 의미있는 조치를 유럽 지도자들이 마침내 취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오바마 행정부에 안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이 재정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럽 전역에 걸쳐 경제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면서 유럽의 문제가 이번 조치로 끝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 유로존이 정치, 경제적으로 좀 더 통합되어야 하며 정부부채와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표준화된 정책들에 합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유럽금융시스템의 완전한 경색을 막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스페인 경제 자체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유로존의 위기 해결을 위한 작은 조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또 애초 전망보다는 규모가 큰 구제금융이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자본유출이 급속히 계속되고 있는 스페인의 상황을 감안할 때 스페인에 대한 완전한 구제금융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충분한 규모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긴축 등 혹독한 개혁조치가 부과되지 않은 채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이 제공될 경우 이미 이 같은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그리스나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불만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스페인의 금융위기를 막을 핵심 조치는 스페인에 돈을 둬도 안전하다고 대중들이 믿을 수 있도록 스페인 정부가 설득하는 것이라면서 스페인 정부가 이런 신뢰들을 더 빨리 잃을 조치들만 취해왔다고 지적했다. 또 스페인 정부가 국민의 신뢰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잃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CSM은 스페인 국민과 투자자들이 단지 스페인의 은행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것 같이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도미노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