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금융당국이 온갖 특혜로 론스타의 한국 탈출을 도왔지만, 론스타는 오히려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투자자국가소송) 절차를 개시하면서 손해배상을 주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론스타에 끌려다니는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금융위원회는 충격이 심했는지 ISD 사건이 접수됐던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를 전달했다고만 밝힌바 있다.
ISD에서 론스타가 주장 가능한 피해액은 1조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데, 그간의 행적으로 봐서는 금융당국이 론스타와의 소송에 현명에게 대처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꼼짝없이 1조원이 넘는 세금을 퍼다 줄 확률이 높다.
금융당국은 실정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투기자본이자 범죄자인 론스타를 제재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의 초과이익을 허락하는 '해괴한' 결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또 은행법상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있는 동태적 적격성 심사 및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 심사를 하지 않은 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줬다.
더 한심한 노릇은 금융당국이 론스타가 일본 내 골프장으로 인해 산업자본임이 명백하게 밝혀지자 이를 매각하도록 하고, 그때야 비로소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려주는 '특혜'를 베풀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인정한다면 우리도 ISD에서 승산이 있다는 점이다. (승소해도 20억원 이상의 중재·법률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특혜에도 론스타는 그 매각시점 이후에도 다른 계열사(호텔) 등으로 인해 계속해서 산업자본임이 확인됐다. 특히 2003년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하면서 론스타가 제출한 서류 중 상당 부분은 누락되거나 심지어 허위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이는 인수 당시부터 론스타는 산업자본으로서 외환은행의 인수자격이 없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우리는 '처음부터 자격이 없는자(론스타)가 은행을 보유한 것이기 때문에 매각지체에 따른 손해 등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이 론스타가 산업자본임을 가려내지 않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한다고 한다. 금융당국의 잘못을 헌법재판소에서 바로잡는다면, 정부도 론스타가 제기한 ISD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전에 금융당국이 잘못을 뉘우치고 돌이키려 한다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