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계속되는 '삼성화재 보험 몰아주기' 의혹…검찰이 증폭시켜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한 시민단체가 올해 초 이건희 회장 등 삼성전자의 전·현직 임원 9명을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하며 수면위로 떠오른 '보험 몰아주기' 의혹이 여전하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이 고소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는데, 23일 경제개혁연대가 불복하고 항고장을 제출한 것이다.

이 단체는 지난 1월19일 삼성전자 등 계열사가 삼성화재에 부당하게 보험을 몰아주어 회사에 총 782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보고,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에 대해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08년부터 2년반 가량 조사,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가 삼성화재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해 출재수수료를 과다 지급함으로써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를 조사해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심사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행위의 부당성 입증이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에 관한 것이다.

◆ 검찰의 '봐주기 수사'

서울중앙지검은 삼성화재 업무담당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 재산종합보험 성격상 인가요율에 의해 보험요율을 산정하기 곤란하며 내부적인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항이 많아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한 것이므로 일감을 몰아주는 불공정거래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출재수수료율이 높은 것은 재보험사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료를 협상할 여지가 있다는 것만으로 배임 행위를 인정할만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검찰 측이 해당 행위로 이득을 본 삼성화재 측의 의견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삼성전자가 지불하는 보험료에 필요 이상의 과다한 출재수수료가 포함된 사실을 삼성전자 경영진이 알고 있었는지 여부 및 이를 알면서도 삼성화재와 보험계약을 체결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는지 여부이다.

따라서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중점적으로 따져보아야 할 사항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하게 된 경위, 보험료 결정과정,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와 어떤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 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기소이유고지를 보면 검찰은 피해자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이 사건으로 이득을 얻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보험료가 높게 책정된 이유만을 조사했다.

또한 삼성화재 담당자의 진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비밀과 관련된 사항이 많아 삼성화재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삼성전자와의 보험계약 과정에서 상당한 협의가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경영환경에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가 통할 경영되는 현실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검찰이 삼성전자 측에 따로 출재수수료 관련 내용을 확인해 과다지급된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화재의 출재수수료와 관련된 판단이 그룹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수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화재 담당자만을 수사한 것은 사건의 핵심을 벗어난 것이며, 이는 우리나라 재벌의 경영체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봐주기 수사'라고 할 수 있다.

◆ 출재수수료 비율·공정위 조사해야

출재수수료 비율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 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재산종합보험 출재수수료 비율은 2005~2007년 기간 중 29.3~42.1%로, 대형 보험물건에 대해 손해보험회사들이 기대하고 있는 출재수수료 비율인 10%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가능성이 높은 부분은 삼성화재가 인수하고 반대의 경우 재보험에 가입하기 때문에 재보험사가 원수보험사에 지급하는 출재수수료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재보험의 원리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렵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삼성화재가 물건 별로 위험을 판단해 재보험에 가입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 과정에서 삼성화재가 출재수수료율을 조정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는 단순한 가능성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삼성화재의 주장대로 재보험료 산정에서 재보험사가 출재요율을 결정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며, 보험업감독규정 7-73(보험요율 산출의 원칙)에 따라 대수의 법칙을 적용하기 어려운 재산종합보험의 경우라 하더라도 '국내외 통계자료나 위험률 관련자료'는 삼성화재 또는 삼성전자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은 삼성전자, 삼성화재 및 재보험사가 보험요율을 협의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했어야 한다.

한편, 공정위가 기업보험 몰아주기에 대한 부당지원행위 조사에 나선 이후인 2008년도에는 과거 3년과 다르게 삼성전자의 재산종합보험료의 출재수수료 비율이 대폭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007년 대비 반도체의 경우 39.2%에서 29.7%로, 휴대폰은 31.7%에서 25.0%로 낮아졌다.

이는 그동안 실제로 출재수수료 비율 인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높은 출재수수료 비율을 유지해 삼성화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부분이지만, 이에 대해서도 검찰은 따로 확인하지 않았다.

공정위에 대한 어떠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문제도 있다. 이번 사건의 단초는 공정위의 심사보고서로, 삼성계열사의 삼성화재 보험 몰아주기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내용이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동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부당성 입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는데, 무혐의 결정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따로 의결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므로 어떠한 경위로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러한 판단을 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이번 사건을 파악하는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실상 수사를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내렸으며, 삼성화재 보험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증폭시켰다"며 "검찰이 최소한의 수사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항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고등검찰청은 삼성그룹 계열사가 삼성화재에 필요 이상의 과다한 출재수수료를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는지 여부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심사보고서가 채택되지 않는 이유 등의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