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올해는 신입직원 채용이 어려워요"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은 6월 초 수백명의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한달 후 은행 인사본부는 '정규직 신입직원 채용은 가급적 자제할 계획'이라는 내용의 하반기 인력운용 계획안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장이 직접 나서 신입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었다. 유럽발 금융위기 등 채용축소에 대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서는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봐도 상반기 고졸·대졸 신입공채 0명, 하반기 채용계획 자제는 너무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하영구 은행장을 비롯한 씨티은행 경영진들은 채용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비판도 제기됐는데, 이러한 가운데 은행이 최근 부적절한 채용을 실시해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이달 초 MBA(해외경영학석사) 출신 10명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문직으로 영입했다.
올해 씨티은행의 채용현황을 보면 책임자 10명과 행원 12명인데, 책임자는 전원 미국 및 영국 MBA 출신이며 행원은 대부분 뉴욕대·시카고대 등 해외대학 출신이다. 이들은 모두 본점에서 근무한다.
반면 영업점 창구텔러는 계약해지 및 자연퇴직자 등으로 30여명이 줄었으며 충원되지 않았다. 즉 대고객 접점에 있는 영업점 인력은 감소하고 본점 인력만 늘어난 것이다. 또 국내 고졸·대졸 채용은 없고, 신규 인력의 대부분이 해외 대학·대학원 출신이다.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고 있다. 이 은행 노조 측은 "2011년말 대비 대고객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지점 계약직 창구텔러 약 30여명이 감소했는데, 일선 영업점 및 노조의 충원 요구에도 비용 절감 이슈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며 "MBA 출신 10명을 채용하는 인건비면 부족한 계약직 창구텔러들을 모두 채용할 수 있고, 당장 인력이 부족한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은행 측은 노사합의를 위반하면서 까지 MBA 전문직 채용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채용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MBA 출신들을 전문직으로 채용시 연봉이 최소 1억원 이상으로 책정되고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는 대가로만 수천만원이 주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에 걸쳐 고졸공채의 바람이 불고 있는데 씨티은행만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며 "씨티은행은 최근 몇 년간 고졸공채는 단 한명도 없었으며 향후에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실시한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는 '창구인력 부족에 의한 대기시간 지연'이 전체 불만족의 60%에 달했다. 노조 측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난달 은행장에게 전달했던바 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전문직으로 채용해서 연봉을 올려줘야만 좋은 인재(상위권 MBA)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입장을 노조 측에 전달했다.
이에 노조는 '돈 없다면서 은행 전체를 공포 분위기로 끌고 가던 경영진들이 국내 고·대졸 신입행원 채용은 외면하고 지점 계약직 창구텔러 보충 요구도 무시하더니, MBA 출신들만 대거 채용했다. 경영진들이 NORTHWESTERN University, MIT 등 MBA 출신 후배들을 채용해서 학연을 통해 자신들의 지지기반을 이어가겠다는 속셈일 뿐이다'고 맞서고 있다.
또한 노조는 은행장 4회 및 인사부행장 3회 등 7차례에 걸친 만남을 가졌는데, 은행 측은 내년에도 전문직 MBA 채용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지난 23일 진창근 노조위원장과 하영구 은행장의 4차 면담을 끝으로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노사합의 준수와 MBA 책임자 채용 최소화, 국내 고·대졸 신입행원 채용, 영업점 창구텔러 충원 등을 요구하며 은행 본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또 진전이 없을 경우 국회 및 금융감독원 등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노사합의 위반으로 하영구 은행장을 고발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