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삼성전자가 애플(Apple)社와의 특허소송에 대한 미국 1심 배심원 평결에서 완패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노근창 HMC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평결로 인해 범세계적으로 애플 제품에 대한 정서가 나빠지면서 아이폰(iPhone) 5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고, 북미 시장의 수익성이 높은 마케팅비용 부담으로 다른 지역 대비 나쁘다는 점, 새로운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이 가시화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에서 역발상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평결 결과를 보면 애플이 삼성전자에 제기한 7건의 특허 침해 내용에 대해 6개(Bouncing Back, Tap To Zoom, Pinch to Zoom, 아이폰 디자인 특허 D677·D087·D305)가 인정받았다.
Bouncing Back은 화면 끝으로 가면 튕겨서 다시 돌아오는 기술인데, 삼성전자는 최근 제품에 다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Pinch To Zoom은 두 손가락으로 화면 크기를 조절하는 것, Tap To Zoom은 해당 화면을 두드리면 화면이 커지는 기술이다. 이 부분들은 다른 UI를 통해 회피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이번 평결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점은 Trade Dress다. Trade Dress와 관련된 D677·D087·D305는 외관상 삼성 제품이 아이폰(iPhone)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이며, 직사각형을 둘러싼 Bezel이 있고, 앞에 직사각형 모양의 화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반발을 불러일으킬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상의 모든 제품은 단일 회사가 독점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는데, 이같은 논리가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이를 계기로 미국 내에서도 反애플 정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애플 제품의 우수성은 인정하더라도 통신사업자들의 마케팅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는 애플이 상당히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한편, 이번에 배상 평결에 포함되는 제품들은 단종을 준비 중인 갤럭시(Galaxy) S2·S1·Ace, 넥서스(Nexus) S4G 등으로 전략 모델인 갤럭시 S3와 갤럭시 노트(Note)는 포함되지 않았다.
애플이 1심 판결을 계기로 갤럭시 S3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할 수도 있지만, 외관이 일정부분 다르다는 점과 약 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공탁금 및 삼성전자의 빠른 신제품 사이클을 감안할 때 실익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