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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속되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방지하려면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46개 대기업 매출액 가운데 계열사에 대한 매출액 비중이 더 높아졌고, 상장사 내부거래 비중은 상장사의 세배에 달했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총수가 없는 집단보다 높았고, 대기업 계열사 중 2세 지분율이 50% 이상이면 내부거래 비중이 50% 이상이었다. 내부거래시 수의계약으로 거래 상대방을 선정한 사례는 90%에 육박했다.

재벌의 내부거래, 즉 일감몰아주기는 건전한 공정 경쟁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경영권 편법 승계 및 주주이익을 침해한다.

재벌들은 특정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사업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어 성장시킨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과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욱 심화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적발해 제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재벌들은 조그마한 친인척 계열사를 만든 후 몰아주기 거래와 지원성 거래 등으로 이 기업을 단시일 내에 대기업으로 키워나갔다. 이에 일감을 몰아준 계열사의 주가는 급등하고 친인척 주주들은 단시일에 엄청난 이익을 누리게 됐다. 이는 다른 계열사의 소액 주주들에게로 가야할 이익을 편취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함은 물론 재벌 총수의 2세에 대한 편법 상속 또는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재벌들 스스로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개선을 위해서는 강력한 입법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시민단체 등 일부에서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데, 크게 네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를 방지하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23조 7항에서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해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부당성과 현저히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몰아주기가 부당지원행위로 판단돼 조치된 경우는 글로비스 한건 뿐 이었다. 따라서 現 공정거래법 23조 7항 조항에서 말하고 있는 '부당성'에 대한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 법적 불완전성을 해소하고, '현저히'라는 문구를 삭제해 통상적 거래관행을 넘어서는 유리한 조건인 경우는 위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친인척 계열사와 일반 계열사를 분리해야 한다. 계열회사 중 친인척의 소유 지분이 유달리 높은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이 유달리 높은 계열사는 별도로 분류하고, 이 회사들의 거래 현황은 주기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직권조사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친인척 계열사의 내부거래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단시일에 급성장 했다거나 수익성이 거래회사에 비해 유달리 높다거나 할 때는 지원성 거래를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이러한 친인척 계열사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실시해서 몰아주기 거래나 부당가격 거래가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재벌규제에 별도 법조항으로 도입해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상증세법 개정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방지법이 나온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보면 계열사를 통해 몰아준 거래물량에서 30%를 빼주고 있다. 실제적으로 이 비율이 30%만 넘지 않으면 과세를 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제공하게 된다. 이러한 기준은 부당내부거래, 즉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막기 위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 30% 공제를 삭제하고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증여이익에 대해 실질적 과세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