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44.3%)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가격이 싼 담뱃값을 인상하는 가격정책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담뱃값을 최대 2500원 인상하는 검토하고 나섰다. 이 같이 담뱃값을 올린다고 해도 담뱃값은 선진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저렴한 편이다.
10일 복지부에 따르면, 복지부는 OECD 평균인 27.5%를 훌쩍 뛰어넘는 성인 남성 흡연율과 늘어나는 청소년 흡연율을 억제하기 위해 담배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
복지부는 효과적인 흡연율 억제를 위해 담배가격을 2500원 올려야 한다고 보고 단계적 인상안과 즉각 인상안을 고려하고 있다.
단계적 인상안은 2013년부터 500원을 인상하고 매년 천원씩 올려 2015년까지 2500원을 올리는 방안이다. 즉각 인상안은 당장 내년부터 2500원을 올린 뒤 물가와 연동하는 것이다.
담배가격을 올리면 서민경제에 부담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률과 비교하면 현재 담배 가격 상승률은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1994년 290원이던 도시버스 일반요금은 2012년 1150원(현금가)으로 4배 가까이 올랐지만 같은 기간에 담배가격은 1994년 900원에서 2.7배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담뱃값 인상은 금연율을 높이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2004년 말 담배가격 500원 오르자 성인 남성 흡연율이 2004년 57.8%에서 2006년 44.1%로 2년 만에 13.7%포인트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인상 후 6개월 만에 성인 남성의 금연율은 11%, 청소년 금연율은 11.7%로 조사됐다.
담배가격 인상이 금연율에 미치는 영향은 해외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미국 '청소년 금연 캠페인(Campaign for Tobacco-Free Kids)'의 조사에 따르면, 실질 담배가격을 10% 올릴 때마다 성인의 흡연율은 5%, 청소년의 흡연율은 7% 떨어졌다.
프랑스 정부는 1993년부터 2005년 사이 매년 5%씩 담배의 실질가격을 올렸고 이 동안 남성 흡연자가 6.5%, 여성흡연자 5.8%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04년 담배가격이 전년보다 40% 인상되자 담배 판매는 33.5%로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 복지부는 담배가격 인상을 통해 조성된 조세 증가분은 절반 이상을 고위험군 흡연자 폐암 검진 등 흡연자 지원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내 이견이 많아 실제 담뱃값이 인상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