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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삼성, 경제민주화 요구 수용하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뜨겁다.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경제민주화를 달성하는 데에 있어 핵심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법 위의 삼성' 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게 만든 장본인인 삼성의 책임이 거론된다.

현재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을 보면, 일정규모 이상의 경제범죄에 대해 형의 하한을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7년 이상으로 강화하고, 가공자본을 창출하는 순환출자를 규제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우려가 큰 금산결합을 규제하는 방안 등이 추진 중이다.

이러한 법안들은 이번에 처음 제기된 새로운 정책이 아니며, 모두 삼성그룹 및 이건희 회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들이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 재판에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인으로는 처음으로 '원포인트 사면'을 받기에 이른다. 또 기업지배구조 개선 내지 금산분리 강화와 관련, 삼성그룹이 '이재용 사장→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불안한 소유구조의 변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개선책 논의 자체가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됐다.

현재 삼성은 중차대한 전환기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이슈 외에도, 이건희 회장 개인적으로는 올해 초 형님인 이맹희씨와 약 1조원에 달하는 주식인도청구소송에 휘말려 있고, 이 상속소송은 삼성그룹 대 CJ그룹의 구도로 번지는 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애플사와의 특허소송도 큰 화제 거리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발행 사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이제 일단락됐다. 하지만 삼성의 경영권 불법승계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나아가 삼성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기에 있는 삼성이기에, 제일모직 주주대표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이 상고를 포기한 것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인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변화의 시작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제껏 단 한번도 삼성 측이 스스로 소송을 중간에 접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상고 포기라는 법률적 행위마저도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시대변화에 부응하는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 향후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