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 배불리기로 전락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291조 8898억원, 해외 372억4400만 달러를 국내·외의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그 중 위탁운용사를 통해 투자하는 규모는 국내투자 50조원, 해외투자 271억달러로 각각 국내투자의 약 17%, 해외투자의 73%에 달한다. 이들 위탁투자사에게 주는 수수료만 해도 작년 1828억원이 지출됐고 최근 4년간 5460억원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위탁투자사들의 투자종목과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투자하는 종목이 겹치는 비율이 국내주식 86.3%, 해외주식은 61.7%로 나타나 중복투자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현숙 의원(새누리당)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위탁투자사들이 투자하고 있는 종목 579개 중 180개가 중복돼 10개 종목 중 3개 이상이 '겹치기 투자'가 되고 있으며 투자액으로 보면 86.3%가 같은 종목에 중복투자되고 있다.
해외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현재 해외주식투자에 투자된 금액은 213억달러인데, 위탁투자 중 중복투자액은 115억 달러로 61.7%가 같은 종목에 투자되고 있었다.
채권의 경우 국내채권 40.9%, 해외채권 2.39%의 중복비율을 보여 주식보다는 중복비율이 낮았지만, 국내채권은 비교적 높은 중복투자율을 보였다.
연금공단에서 하는 직접투자와 위탁운용사가 하는 위탁투자가 겹치는 부분이 많은데도 위탁운용사에 주는 수수료는 매년 늘어나다보니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공단 측은 국내투자의 경우 투자대상이 한정되어 있어 중복투자는 불가피하고, 대형주의 시가총액이 커 금액상 중복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숙 의원은 "현재 공단의 위탁투자는 위험분산을 목적으로 한 분산투자 기능이 사실상 미흡하므로 중복투자로 인한 리스크 대책이 시급하다"며 "국내투자의 경우 투자대상이 한정된 관계로 중복투자가 불가피하다면 국내 위탁투자를 축소하고 해외 위탁투자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