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건강보험료 체납액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제출한 '건강보험 연도별 체납 현황'에 따르면, 2012년 6월말 기준 건강보험료(이하 건보료) 체납액은 총 2조418억원(154만1000건)으로, 2011년말 기준 1조9992억원보다 425억원 증가했다.
문제는 고액재산가들처럼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적으로 건보료를 체납하는 납부자들이다. 경기 불황으로 소득이 악화돼 생계마저 위협받는 체납 세대가 있는가 하면, 수백억원대의 재산을 보유하고도 악의적으로 건보료를 체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납부능력이 있는 세대, 즉 납부능력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특별관리대상자를 선정해 별도로 체납 관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의진 의원(새누리당)이 건보공단으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특별관리대상자를 선정하고서도 건보공단의 부실한 체납 관리로 체납자들의 납부율이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고소득·전문직 체납자들에 대한 체납 관리 실태를 전수조사 한 결과, 재산상 압류조차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건보공단이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 도저히 납부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해 체납액을 결손처분한 대상자들 중에서, 결손처분 직후 3개월 이내에 취직해 고액연봉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 특별관리대상자들, 매년 체납 납부율 떨어져
건보공단의 '특별관리대상자 선정 이후 체납보험료 납부비율'을 보면 2010년부터 2012년 6월말까지 건보료를 납부할 능력이 있는데도 납부하지 않는 체납자들을 특별관리대상자로 선정한 이후에도, 체납보험료 납부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별관리대상자는 1000만원 이상 고액 장기체납자, 고소득·전문직, 연예인, 고액재산가 등이다.
이들 중 70% 이상 납부율을 보인 세대 비중은 2010년에 60.4% 수준이었지만, 2011년에는 57.1%, 2012년은 45.8%로 매년 그 비율이 감소했다. 반면 납부율이 20% 미만인 세대 비중은 2010년 22.1%, 2011년 27.2%, 2012년 29%로 해마다 높아졌다.
특별관리대상자에 대한 징수율도 매년 정체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에 징수율은 59.7% 수준이었지만, 2010년에는 58%, 2011년에는 53.3%, 2012년에는 55.1%로 감소 추세에 있었다.
◆ 건보료 체납한 고소득·전문직 278명, 부동산·예금 압류조차 하지않아
신의진 의원이 특별관리대상자 중 고소득·전문직 체납자에 대한 압류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2008년부터 2012년 6월말까지 5년간 압류율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에 93.3%에 달하던 압류율은 2009년 79.1%, 2010년 71.4%, 2011년 59.5%까지 떨어졌고, 2012년에도 67.8%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건보공단은 최근 5년간 소득과 재산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장기 체납하고 있는 고소득·전문직 체납자 278명에 대해서는 부동산과 예금에 대해서는 압류조차 실시하지 않았다. 고소득·전문직이 다른 일반 체납자들에 비해 소득이나 재산 도피 가능성이 높은데도 압류하지 않은 것이다.
◆ 소득·재산 없다던 체납 탕감 대상자, 탕감직후 고액연봉자 돼있어
건강보험 체납 지역가입자 중 건보공단이 경제적인 빈곤으로 납부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건보료를 탕감해 준 대상자, 즉 결손처분 대상자에 대한 검토도 부실하다. 건보료 체납에 대한 결손처분은 체납으로 인해 취업이나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을 방지해 납부 능력을 높인다는 차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결손처분을 받자마자 직장가입자로 전환해 고액연봉을 받는 경우들도 있었다.
2005년 이후 최근 8년간 건강보험 체납 지역가입자 중 결손처분된 대상자는 총 218만세대로, 결손처분액만도 9743억원에 이른다.
이 중 결손처분 이후 직에 취업해 직장가입자로 전환된 대상자들은 총 3만4223명으로 결손처분액은 160억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직장가입 전환대상자 중 17.7%인 6081명이 결손처분 이후 3개월 이내에 직장에 취업한 대상자라는 점이다.
또한 3개월 이내 직장 취업자들의 보수실태를 표본조사하기 위해 건보공단으로부터 '3개월 이내 직장가입자로 전환된 대상자들의 월평균 보수액 상위 50명'을 제출받은 결과, 이들의 취업 이후 월평균 보수는 350~700만원 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상위 9명은 월평균 500만원 이상의 고액연봉자들이었다.
결국 이같은 결과는 건보공단이 결손처분 결정전에 대상자들에 대해 충분히 조사하고 검토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우편을 통한 독촉장 발송 등에만 한정해 체납관리를 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건보공단이 최근 8년간 탕감한 금액만도 1조원에 육박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뒤늦게나마 올해 9월부터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결손처분 이후에도 소득이나 재산이 발생할 경우에는 체납을 추징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탕감한 1조원은 건보공단의 부실 관리로 더 이상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