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2부 심리로 열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형제간 상속재산소송 5회 변론기일에서 2008년 삼성특검 수사자료가 일부 공개됐다.
쟁점은 1998년 12월3일 에버랜드가 인수한 삼성생명 지분의 실소유주에 관한 것이었다. 원고측 대리인은 1998년 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에게서 인수한 삼성생명 주식 344만여주의 실소유자는 이건희 회장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삼성특검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었던 이학수 씨의 진술조서를 인용했다. 조서에는 에버랜드가 실명전환한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이건희 회장의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현재의 실 소유자가 이건희 회장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인정한 것으로 확인된다.
반면, 피고측 대리인은 당시 삼성그룹의 재무총괄은 김인주 前 삼성그룹 사장이었다며 그 이틀 후에 작성된 김인주 씨의 진술을 인용, 에버랜드가 인수한 삼성생명 주식의 '현재 소유자는 에버랜드이며, 법인의 차명재산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내용을 들어 반박했다.
양측 간의 진술은 이처럼 상충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특검이 에버랜드가 인수한 삼성생명 주식에 대해 차명재산이라고 이미 판단했고, 그 내용을 수사결과 발표문에 기술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08년 4월에 발표된 삼성특검의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수사결과' 113, 114쪽에는 '이건희 회장은 1987년 선대 이병철 회장 사망시 삼성생명 지분을 차명으로 상속받아, 1998년 일부 지분을 매매의 형식을 빌어 이건희 회장 자신의 명의로 변경했고, 그 중 일부 지분은 에버랜드에 저렴한 가격으로 매도했다'고 정리되어 있다.
다만 '에버랜드 측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지분인 줄 알고 매입했다는 점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증여세 포탈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에버랜드의 이사였다.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상속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삼성생명 주식을 자신이 이사로 있는 에버랜드에 헐값에 넘겼는데, 에버랜드가 이를 몰랐다고 할 수 있는가. 이는 삼성특검의 수사가 부실했고, 면죄부 부여로 끝났다는 것을 반증하는 예 중 하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