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여름방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유명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 시급 높은 알바를 찾던 대학생 A양. 높은 급여 위주로 찾다보니, 하루에 15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채용공고를 보게됐다. 업무내용은 바에서 서빙하며 가끔 손님들과 대화만 하면 되고, '스킨십, 술강요 절대 없음'이라고 적혀있었다. 쉬운 업무임에도 일반적인 아르바이트보다 과하게 높은 시급이라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었다.
국내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월 300만원 이상의 수입에 근무 시간까지 협의 가능하다는 채용공고가 하루에도 수십개씩 등록되고 있다. 이 같은 채용공고는 대부분 바(bar) 공고이며 야간 근무에 높은 시급 및 월급을 제시하고 있다.
알바천국, 알바몬 등 대표적인 유명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들에는 바 전문 채용관까지 따로 마련되어 있으며, 업계에 따르면 이곳에 등록된 채용공고만 무려 1만6000건에 달한다.
바에서 단순히 서빙만 하거나 주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공고도 있지만, 문제는 단란주점이나 유흥주점과 같은 업체에서 등록한 불건전 아르바이트 정보가 무분별하게 섞여있다는 점이다. 채용공고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봐도 정확한 담당 업무는 나와있지 않고 '쉬운 일', '터치 없음', '고수익' 등 대략적인 내용만 강조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사이트에 이같은 불건전 알바 공고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문제가 될만한 일이다. 바 공고를 보기 위해서는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지만, 청소년이라 해도 부모님 등의 성인 주민번호만 알고 있다면 별다른 절차없이 확인할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아직 유해정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아르바이트의 경험도 적다 보니, 유해 공고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 그저 급여를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기게 될 수도 있다.
왜 아르바이트 포털을 선도하는 사이트들에서 이런 불건전한 채용정보를 볼 수 있을까. 이는 공고를 등록하는 바의 경우 항상 구인난에 시달려 경쟁적으로 사이트에 채용공고를 올리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런 업소들은 유료로 채용공고를 등록해, 아르바이트 사이트에서는 수익에 도움이 되므로 차단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도 주점, 소주방 등 청소년 출입이 불가능한 곳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업계에서는 일부 업체들이 바 채용관을 마련하고 성인인증을 적용해놓은 후에는 이미 등록된 공고 내용에 대해 별다른 피드백을 하지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면 채용공고들 중에서 유해업소와 일반적으로 술을 파는 곳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유해업소는 인사 담당자의 이름이 실명이 아닌 경우가 많다. 담당자 정보가 'O실장'과 같이 이름이 아닌 직함으로 올라와있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월 300만원 이상', '시급 2만원 이상'과 같이 터무니없이 높은 급여를 제시하는 공고나,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이 나와 있지 않은 공고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아르바이트 포털사이트는 특히 청소년층과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만큼 건전하고 정직하게 일해 돈을 버는 구인구직 문화를 이끌어가야 할 의무가 있다. 업계 스스로 사회적 책임감을 통해 불건전 채용정보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