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농협중앙회와 한국도로공사 알뜰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 금융소비자협회가 한국석유공사의 국정감사 자료 가운데 현재 운영 중인 농협 알뜰주유소, 고속도로 알뜰주유소, 자영 알뜰주유소, 일반주유소의 가격을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비교분석한 결과, 농협 알뜰주유소는 자영 알뜰주유소에 비해 평균 22원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도 자영 알뜰주유소보다 평균 32원, 일반주유소는 평균 40원이 비쌌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은 지난해 11월 경쟁력 있는 새로운 공급자(석유공사) 및 판매자(알뜰주유소)를 통해 시장가격 100원을 인하해 소비자 혜택을 극대화 한다는 취지로 발표됐고, 올 3월부터 알뜰주유소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9월 기준으로 현재 전국 721개의 알뜰주유소가 운영 중이다.
문제는 표면적 수치와 공사의 발표처럼 자영 알뜰주유소가 40원 이상의 가격인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실제 인하 효과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석유공사가 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에서 사들여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은 리터(ℓ)당 40원(금융소비자협회 추정·비밀유지계약으로 공개되지 않음)정도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고, 삼성토탈에서 사들여 공급하는 기름은 정유사보다 더 싼 가격에 공급받고 있는데, 실제 인하효과는 전혀 없다. 이에따라 농협 알뜰주유소는 ℓ당 62원 이상,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는 ℓ당 72원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소비자협회 측의 분석이다.
또한 한국석유공사에서 판매물량의 50% 이상을 의무 구매하지 않는 알뜰주유소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알뜰주유소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알뜰주유소는 분기별 판매물량 중 50% 이상을 석유공사로부터 의무 구매해야 한다.
그 대가로 알뜰 브랜드 사용을 허용하고 시설물 개선 자금, 신용보증기금의 특례 보증, 외상 거래,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정부지원이 뒤따르고 있다. 하지만 의무 구매 물량을 지키지 않는 주유소들이 적지 않고, 석유공사는 정확한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품질 등을 보증하는 알뜰주유소는 공급계약서에 명시된 것처럼 정품 석유를 경쟁력 있는 가격대에 공급할 의무가 있는데, 알뜰주유소가 판매하는 석유를 어떤 경로로 얼마나 구매하고 있는지 조차 석유공사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정부 보증 브랜드 주유소가 무자료거래, 가짜석유 판매 등 다양한 불법에 노출되는 것을 감시할 기본적인 관리 수단조차 확보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알뜰주유소 사업은 국민세금으로 석유공사는 물론 석유관리원, 신용보증기금,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까지 나서 총력 지원체제를 구축해 싼 값의 기름을 공급하는 것 이외에 시설개선자금, 외상거래와 소득세·법인세·재산세 감면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지만, 판매가격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금융소비자협회 관계자는 "한마디로 알뜰주유소는 기름값 인하 실효성도 없고,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으며, 농협·도로공사 등 준 정부기관들이 이를 악용해 이윤을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며 "원칙을 무시하고 기준 없는 지원만 계속하는 졸속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