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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B정부, 삼성에 휘발유 공급망 선사했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18일 열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이 청와대의 압력으로 알뜰주유소 사업의 선봉에 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전화 한통에 경제성이 없다는 기존 반대입장을 바꿔 사업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이로인해 그간 꾸준히 제기돼 왔던 '삼성 특혜' 의혹도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19일 지식경제부 등 5개 정부 부처는 합동으로 '석유제품시장 경쟁촉진 및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삼성토탈의 휘발유 공급사업 진출을 허용해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가 과점하던 휘발유 유통구조를 깨고 유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개선방안에 따라 삼성토탈이 국내 다섯번째 휘발유 공급사로 참여하게 됐다.
 
삼성토탈은 원래 휘발유를 만드는 업체는 아니지만, 나프타를 정제해서 합성수지와 화학섬유 원료를 만들다가 이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휘발유를 전량 수출해 왔다. 또한 삼성토탈은 지난 2010년 석유정제업 등록을 했기 때문에 정유 공급에 참여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유가 인하 대책에 협조한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삼성주유소'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정부가 주도하는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공급하는 것일 뿐, 일반주유소에 진출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토탈의 경우 정유 4사와 달리 원유수입에 따른 관세 3%를 내지 않는 등 특혜소지가 있다.

해외에서 원유를 사다가 정제해서 파는 기존 주유사들은 원유 수입시 3%의 관세를 내고 있지만, 삼성토탈은 해외에서 원유 대신 납사(나프타, 원유의 분해산물)를 들여오면서 관세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

이는 삼성토탈이 기존에 휘발유를 100% 수출하기 때문에 관세없이 이뤄지는 것이 수용됐던 것인데, 이제 국내시장에 뛰어든다면 차별적인 특혜를 받는 부분에 대해 검토해봐야 한다.

게다가 기존 정유사들의 입장에서는 삼성토탈에게 알뜰주유소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가격인하 대책이라기보다는, 다른 정유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휘발유 공급망을 정부가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삼성토탈이 지금은 알뜰주유소에만 진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결국 일반주유소까지 진출할 여지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말기에 삼성에게 정유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특혜성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