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롯데마트가 출점자제, 자율휴무를 자발적으로 이행키로 했다고? 뭔소리여!" (롯데마트 구로점 인근 중소상인)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과 전통시장 등 중소 유통업체들은 지난 22일 지식경제부 장관 주재로 상생협력 간담회를 가졌다. 이와 관련, 최근 지식경제부 또는 업계발로 대형마트들이 자발적으로 출점을 자제하고 최소 월 2회 자율휴무에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나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출점을 제한한다는 등의 내용을 합의한 바가 없다"며 "앞으로 발표되지 않은 신규점포뿐만 아니라 현재 지역 중소상인과 마찰을 빚는 점포에 대해서도 출점계획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번 '해프닝'은 대형마트들이 합의하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합의한 것처럼 누군가가 퍼트린데 따른 것이다. 지경부의 '전시행정'이거나,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형마트들의 '꼼수'로 보인다.
물론 간담회에서 상생협력을 위해 '유통산업발전협의체'를 발족키로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이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의 조정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대형마트들의 영업규제 조례에 대한 소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협의체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최근 코스트코의 의무휴무제 위반과 홈플러스 합정동 입점 강행 등에서 볼 수 있듯, 현재 상황은 대형마트의 횡포가 법적 구속력도 무시하는데까지 이르러 이같은 논의를 무색케 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들의 이번 간담회 참여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대형마트 관련 법적 규제 강화, 대형마트 대표들의 국감 출석 등 대외 압박을 모면해 보려는 대형마트들의 얄팍한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 중소상인들의 생각이다.
대형마트들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각 지자체들을 상대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기조를 유지해왔다. 그러자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강화를 모색해왔다. 그런데 대형마트들이 갑자기 상생협력을 내세우며 간담회에 참여한 것이다.
이 자리에 대형유통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회장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을 비롯해 최병렬 이마트 사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등은 24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열리는 지경부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이들은 의도대로 됐다는 판단이 섰던 것인지 국감에 나오지 않았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근거해 지자체들이 의무휴업을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하자, 대형마트들은 행정소송 제기로 맞섰다. 이에 법원은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에 대해 조례가 상위법인 유통산업발전법이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다며 집행정지 판결을 내렸다.
일부 지자체들은 조례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 규제에 다시 나서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대형마트들은 또다시 이에 맞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마트들이 전통시장과 중소상인들과의 진정한 상생협력을 원한다면 우선적으로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소송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소송철회 없는 상생협력은 위선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