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폴 멩크펠트(Paul A. Menkveld) 주한 네덜란드 대사가 한국 ING생명보험의 장기파업 사태의 실상을 접하고,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일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폴 멩크펠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는 최근 자신의 집무실에서 ING 파업사태를 주제로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박조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 이기철 ING생명노조 위원장, 이월락 보험업종본부장,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에 참여했던 이들은 "파업 상황과 원인,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설명했고, 최근 국회 국정감사 증인인 존 와일리(John Wylie) 한국 ING생명보험 대표이사가 출석하지 않아 국회의 고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또한 "네덜란드의 노사관행에 비춰 ING생명이 부적절한 태도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이와 함께 정부의 경제관료나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같은 소수의 집단에게만 투자자문과 법률자문을 의존하는 네델란드와 유럽, 외국자본은 한국에서 늘 현지화에 실패하고, 반드시 노사관계 파행을 겪는다는 한국시민사회의 경험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폴 멩크펠드 대사는 이에 대해 경청했으며, 네델란드 자본 등 외국자본이 한국에 투자할 때 노동조합, 소비자, 시민사회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모두 만나서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했다. 특히 ING생명의 'HR BCP'라는 불법적인 노조 파괴공작에 대해서는 불법행위가 있었다면 놀라운 일일 것이라고 답했다는 후문이다.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는 재난·재해 발생시 이에 따른 업무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비상 시스템인데, 사측이 노조 파업에 따른 업무대비로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노조를 해체시키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논란을 야기했다.
사측은 BCP가 모든 경우를 대비해 만드는 것이고 파업도 그 경우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조 측은 파업시 비정규직을 투입하거나 지점의 경우 지점장이 업무를 수행하도록 계획을 수립한 것, 현재 BCP 개념을 'HR(인사관리) BCP'로 변경한 점을 들며 맞섰다.
ING생명 노사갈등은 사측이 올해 ING그룹 본사에서 받은 구제금융을 갚기위해 일방적으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본격화됐다.
매각에 대한 소문이 업계를 비롯한 시장에 돌 때도 ING생명 사측은 직원들에게는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뒤로는 매각을 위한 준비를 계속해서 준비해왔다.
본격적으로 매각이 발표되면서 노조는 고용안정 협약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단체협약 갱신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오히려 높은 매각가를 받기 위해서만 급급해 했고, 심지어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비밀문건까지 작성한 것이 발각됐다.
이에 대해 국제사무직노조연합 한국협의회(UNI-KLC) 최정식 사무총장은 "ING생명 사측의 이러한 행태는 한국 노동법령에서조차 금지하고 있는 불법행위이며, 한국의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용인될 수 없는 행태다"며 "모든 불법행위들을 즉각 중단할 것과 당장 성실한 자세로 현 사태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폴 멩크펠드 대사는 "직접적으로 중재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지만, ING 측에 파업사태의 원인과 노조의 요구를 성실히 전달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