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30일, 삼성그룹 '열정樂서' 무대에 오른 삼성생명 박근희 사장이 30여년전 삼성 입사 당시의 이력서를 공개했다. 박 사장의 이력서가 화면에 뜨자 강원대 백령아트센터를 가득 메운 1900여 명의 학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박 사장의 이력은 단 5줄. 초·중·고·대학교 졸업과 소대장 전역 기록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인턴십, 외국어, 자격증 등 소위 '스펙 쌓기'에 지친 대학생들에게 5줄짜리 삼성 사장의 이력서는 충격이었다.
이날 강연에서 박 사장은 상업고-지방대 출신으로 삼성 사장에 오른 자신의 스토리를 소개하며 "삼성에서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 증거로 자신의 입사 후 이력도 공개했다.
박 사장은 1995년 처음 임원(이사보)으로 승진한 후 2003년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2년마다 승진하며 승승장구했다. 2004년에는 부사장 승진 1년만에 사장이 됐고 삼성캐피탈, 삼성전자 중국총괄 사장을 거쳐 삼성생명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박 사장은 자신의 35년 삼성 생활을 설명하며 "삼성이 스펙을 중시하는 기업이었다면 이런 이력을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삼성에서는 스펙보다 스스로 일을 헤아릴 줄 아는 능력, 즉 깜냥과 실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Q&A 시간에 박 사장은 청춘들의 취업 멘토가 되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았다.
박 사장은 "기업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스펙으로 실력을 가늠하지 않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단순히 취업을 하기 위한 이력서 한줄은 스펙이지 결코 실력이 아니다"며 "쓸데없는 스펙으로 이력서를 가득 채워도 인사담당자들은 단번에 알아차린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은 결코 스펙을 보고 사람을 뽑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한 분야의 깊이 있는 경험으로 내공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나만의 전문 분야가 생기면 취업 걱정, 잘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최고의 실력이 불안과 걱정을 덜어주는 보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