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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안철수 금융개혁안, 모피아의 입장은 아닌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새로운 정치와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참신한 이미지와 결합해 주목받고 있는 안철수 후보가 지난 4일 세명의 유력후보 중 처음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장하성 국민정책본부장은 '금융산업 및 금융감독 개혁정책'을 내놨는데, 문제는 가장 중요한 금융관료(모피아)와 금융자본에 대한 견제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시장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기능을 現 금융감독원 산하에 그대로 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것은 안철수 후보의 '멘토'라는 이헌재 前 경제부총리, 금융관료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現 금융감독원이나 現 금융위원회나 모두 부패한 금융관료가 장악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개혁의 방향은 기구의 신설과 폐지가 아니라 어떤 세력이 금융감독정책을 장악하는가에 달려있다.

일단 '금융안정위원회'라는 합의체를 만들겠다고 하는 부분이다. 금융안정위원회에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감독기구 수장들이 참여해 금융산업과 금융시장, 정책의 거시적 안정성을 논의하겠다고 한다.

과거에도 '금융정책협의회'라는 기구가 동일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다수의 금융관료가 주도권을 쥐고 소수의 금융자본 대리인인 '민간 전문가'들로 밀실에서 주요 금융현안을 파행적으로 결정했다. 그 결과, 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적 인수,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등이 발생했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역사적 교훈이다.

또한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금융소비자 보호가 절실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담당할 기구는 금융관료에게서 독립적으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관료들은 現 금융감독원 산하에 '금융소비자원'을 두는 '꼼수'로 대응했다.

금융소비자의 대량 피해발생이라는 것이 대부분 금융관료들의 정책실패, 부패무능에서 기인했다. 금융관료들이 염치가 있다면 금융소비자 보호를 입에 담을 처지가 아닌데, 자신들의 손아귀에 금융소비자보호 권한까지 틀어쥐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이러한 몰염치에 편승해서 금융관료를 위한 공약을 내놓은 셈이 됐다.

마지막으로, 이자율 상한 25%는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시대에 너무 안이한 대응이라고 본다. 토빈세의 경우 세율도 시기도 정하지 않고 '국제공조'라는 한 단어에 모든 것을 귀속시켜 아무것도 안 하는 현 정권과 금융관료 수준의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또 벤처 창업 지원이나 금융을 성장해야 할 '산업'으로 인식하는 것 등등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다른 대선후보들도 공약을 제시하겠지만, 부패무능한 금융관료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의 입장에서 최선 또는 차선책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적어도 다수 시민이 금융관료와 금융자본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