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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 행위규제만으로는 재벌문제 해결 안된다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경제민주화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약에 담긴 재벌개혁 정책이 전체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재벌의 왜곡된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실효성 있는 개혁방안 없이 행위규제만을 강조, 사실상 재벌의 지배력을 현재 수준에서 인정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인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이번 발표에서 그간 밝혀왔던대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금산분리와 관련해서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주식 취득한도의 축소,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의무화,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금융권 일반으로 확대 등을 제시했다.

먼저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박 후보는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에 노출된다'며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재벌은 계열사 내부지분을 통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것은 계열사 지분투자 전체를 해소하라는 것이 아니라 소유지배구조를 극단적으로 왜곡하는 '환상형 순환출자'의 고리 하나를 끊으라는 것이다. 외국자본 위협론은 재벌들이 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제시하는 논거일 뿐이다.

더구나 새누리당 내부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제시한 정책은 기존의 순환출자를 직접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의결권만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박 후보는 그조차도 거부한 것이다.

다음으로 금산분리와 관련한 최소한의 개혁 요구는 이명박 정부 들어 대폭 완화된 금산분리 규제를 2009년 법 개전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취득한도 9%에서 4%로 축소,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비금융주력자 요건 강화,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소유 금지가 그것들이다.

박 후보는 산업자본의 은행주식 취득한도를 축소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한도를 제시하지 않았고, 비은행지주회사의 비금융회사 소유 금지와 PEF의 비금융주력자 요건 강화는 정책 자체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것은 2009년 법 개정 이전 상태로 금산분리 규제를 회복시키는 수준과 거리가 멀다.

또한 박 후보는 제도 도입 이후 각종 규제 완화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주회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어떤 정책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금산분리 정책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방안을 제시했는데, (손)자회사 지분의 상향조정 등 지주회사 규제 강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가 오히려 금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관련 공약 외에 박 후보는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방안으로 현저성과 부당성 요건을 완화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부당내부거래 입증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로 긍정적이다. 수혜기업이나 수혜지배주주가 취한 부당이득을 과징금이나 벌금으로 환수하는 방안은 과징금 또는 벌금의 수위가 관건으로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소수주주에 의한 사외이사 선임,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도입 등도 지배주주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서 모두 필요한 과제이다.

다만,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는 단계적으로 도입할 과제가 아니라 즉각 도입되어야 하며, 주주대표소송 제기 요건을 완화하는 정책이 빠져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