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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기술약탈·中企사냥' 영화로 나온다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삼성의 불공정 거래로 회사는 물론 가정까지 파탄난 실제 벤처기업가의 지난 10년이 영화로 제작된다.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통인동 소재 참여연대 강당에서 영화 '10년 전쟁-다윗 조성구와 삼성 골리앗'의 제작 발표회를 가질 예정이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 시놉시스(synopsis)는 이렇다.

조성구(前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이사)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엑스톰'을 개발한 벤처기업가다. 엑스톰의 기술적 가치는 수조원이었다.

하지만 2002년 삼성SDS와의 악연이 시작되면서 그의 처지는 급전직하된다.

삼성SDS는 엑스톰 거래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어기는 등 사기행위를 되풀이했다.

조성구는 삼성을 고소했다. 하지만 삼성은 대한민국 법을 유린하고, 우리 사회의 상식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버렸다. 그리고 가족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조성구를 떠났다.

그런 그에게 항상 명랑하고 밝은 성격을 잃지 않는 'Kelly'가 나타나, 조성구에게 힘이 되어준다.

조성구는 다시 삼성과의 싸움을 시작하고, 이제 그의 곁에는 뜻있는 시민 1만명이 함께한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살생만 하지 말아달라" (조성구)

조성구 前 얼라이언스 시스템 대표와 삼성SDS의 법정공방은 소위 '조성구 사건'으로 불리며 중소기업을 상대로 한 대기업의 '기술약탈' 및 '기업사냥'의 대표적 사례로 언급돼 왔다. 사건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IT전문 벤처기업인 얼라이언스 시스템은 자체기술로 개발한 금융업무용 이미지 처리기술 프로그램 '엑스톰'을 출시해 일본 대형 은행은 물론 국내시장 점유율 90%라는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러다 삼성SDS와 손잡고 우리은행 비즈니스 프로세스 재설계(BPR) 입찰에 참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계약 당시 삼성SDS는 얼라이언스 측에게 '우리은행과 300명 사용자 제한으로 계약했다'고 통보하고는 실제로 '무제한 접속 사용자 조건'으로 계약했다. 판매가격에서 4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도 얼라이언스 측은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만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조성구씨는 결정적 증거들을 확보한 후 삼성SDS를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수사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다. 이후 민형사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 왔지만 검찰은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재판 한번 열리지 않았다.

현행 사법제도 아래서는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린 삼성SDS에 대해 사기혐의로 고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는 지난 4개월간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를 촉구하며 시민 1만명의 서명을 모았고, 그간 조성구씨의 항의를 막으려 고소를 남발했던 삼성SDS직원 및 기업사냥에 가담한 부품납품사 콤텍시스템 임직원들을 최근 경찰에 고발했다.

무고혐의로 피고발된 삼성SDS 직원 정모씨는 당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기초해 조성구씨에 대해 무고죄로 고소했으며, 이후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항고, 재항고를 거듭했다.

또 업무상배임과 사기혐의로 피고발된 콤텍시스템 임직원 5명은 당시 조성구씨를 내쫓고 회사를 빼앗기 위해 불법적인 이사회를 소집하고 얼라이언스 시스템의 엑스톰을 복제·판매하게 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 관계자는 "경제민주화가 한국사회의 핵심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공정거래 없이 경제민주화는 불가능하다"고 영화의 제작의도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