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약·진통제 성분 든 한약, 한의원 300여곳 유통

[재경일보 유혜선 기자] 간질약이나 진통제가 들어있는 한약제제가 전국 한의원 305곳에 대거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간질치료용 전문의약품 성분인 카바마제핀 등을 함유한 원료 '제통어혈' 분말로 '제통완', '어린이감기뚝', '아토완', '성장완' 등 한약제제 18종을 제조·판매한 서초구 소재 예담한의원(부설 예담공동탕전) 원장 김모(50)씨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약사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원료를 중국에서 수입한 의약품수입업자 황모(72)씨와 황씨에게 원료를 받아 김 원장에게 공급한 김모(51)씨도 함께 입건됐다.

식약청 수사 결과, 김 원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예담공동탕전에서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카바마제핀과 진통제 성분 디클로페낙이 함유된 무허가 원료약품으로 '제통완'과 '어린이감기뚝', '아토완', '성장완' 등 한약제제 18종 총 275만9100개(99만1440캡슐, 176만7660환)를 만들어 전국 한의원에 판매했다.

공동탕전은 다른 한의원의 요청으로 탕제나 환 등 한약 제제를 대신 만들어 공급하는 업체를 말한다.

분석 결과, 김 원장이 만든 한약제제 18종은 카바마제핀 0.15~33.50㎎, 디클로페낙 2.19~9.32㎎을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완' 등 15개 품목은 카바마제핀이, '성장완'은 디클로페낙이 들어있었으며, 제통완과 '제독완'에서는 두 성분이 모두 검출됐다.

식약청은 한의원에 남아 있는 한약제제를 회수하는 한편 김 원장이 운영한 예담공동탕전에 대한 행정처분을 관할 기관에 요청했다.

또 이들 제품을 구입한 환자는 복용을 중단하고 즉시 반품하라고 당부했다.

식약청에 따르면, 김 원장이 판매한 무허가 한약은 시가 6억7000만원에 이른다.

식약청은 김 원장으로부터 한약제제를 구입한 전국 한의원 305곳의 명단 등 이번 수사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문제의 한약제제를 구입한 한의원들은 간질약 함유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며 "복지부가 수사 결과를 검토해 한의원에 대한 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