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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칼럼] 모피아, 론스타에 2조원 사재출연 준비해라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결국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첫 ISD(투자자국가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승인을 지연한데다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과세 조치를 취해 손해를 봤다고 하면서 약 2조원대의 소승을 건 것이다. 심지어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할 때 냈던 양도소득세 3915억원도 돌려달라며 남대문 세무서장을 상대로 서울 행정법원에 소송도 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이미 예상되었던 일이기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정부가 이렇게 자신할만한 입장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환은행 인수와 지배가 론스타의 적극적인 불법행위로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명백히 존재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소송에서 가장 유리함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한번도 론스타의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 문제를 공식 거론한 적이 없다.

수조원의 금액이 걸린 소송에서 론스타의 결정적인 약점을 정면 공략하지 않는 정부가 다른 어떤 기막힌 전략으로 소송에 자신있게 임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정부는 론스타가 중재의향서에서 한국의 금융당국과 론스타 사이에 오갔다고 밝힌 서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세금이 걸린 소송이 현실화된 지금, 국민은 그 서신의 내용을 알 권리가 있다. 정부는 무엇이 두려워 이미 확정된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인가.

◆ 이해를 돕기위해,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론스타는 2003년에 외환은행 주식을 인수하고 2012년에 팔기까지 한국 정부가 매각 승인을 지연해 손해를 입었다고 하는데, 이는 순전히 론스타가 은행의 대주주자격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는 법적으로 사모펀드로서 은행을 소유지배할 수 없음에도, 노무현 정권과 금융관료들은 불법적인 방식으로 투기자본에게 외환은행을 팔아넘겼다. 또, 現 이명박 정권과 같은 금융관료들은 주가조작을 저지른 불법집단인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계속 부여해 천문학적인 '먹튀'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알토란 같은 자산을 마구잡이로 매각했고, 주가조작과 '막가파'식 구조조정 등을 통해 얻은 수익 대부분을 현금배당이라면서 외국으로 유출했다. 10년이 채 안되는 동안 수조원의 돈을 외국으로 빼돌렸고, '모피아'의 '비호' 속에 약 5조원에 달하는 '차비'까지 받아서 이 나라를 떠나버렸다.

이러한 론스타가 작년 한·미 FTA 통과 이후 ISD를 가지고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모두가 우려했고 절대로 쉽게 보내면, 손에 돈을 쥐어 보내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지만 모피아의 '변치않는 투기자본 사랑'으로 범죄를 저질러도 손쉽게 떠날 수 있었던 그들이 아직도 이 나라에서 받을 것이 있다면서 돌아온 것이다.

즉, 이 모든 사태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애초에 문제가 있던 것을 정확하게 짚고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면 이런 일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인데, 승패를 떠나 소송비용만으로도 국민의 혈세 수백억원을 낭비하게 됐다.

◆ 승산은 있을까? '이대로는…'

론스타에게 외환은행을 인수하게 하고 다시 매각하게 한 모든 과정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정부와 금융당국이 소송에서 론스타를 이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자신들의 '몫'을 챙기고 소송에서 '그럴 듯 하게' 져주는 것 까지 생각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론스타는 ISD가 포함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위해 한·미 양국에서 활발한 로비를 벌인바 있다. 지금까지 행적을 봤을 때, 론스타는 (한국 내 모든 투기자본들도)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가정책과 법제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고 있다.

정부가 이번 소송에서 지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지게 된다면 다른 투기자본들의 '폭풍'같은 소송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제대로' 싸울 생각이 없다면, 소송비용은 물론 배상금 등 발생비용 일체를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금융위원회와 재경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이 직접 부담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