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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세제과업주의 안타까운 죽음을 목도하며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27일 한 동네빵집 주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부산 진구 개금동에서 13년동안 제과점을 운영해오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체인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생활고를 호소하다 결국 자살을 택하고 말았다.

이 빵집 주인은 여느 가장 못지않게 성실하게 빵집을 운영하며 자녀를 키워온 성실한 아버지였고 가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몇년전부터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골목 곳곳에 들어왔고, 이 대기업 제과점은 소비자 유인책으로 연예인을 모델로 하는 TV광고 등 대기업 자본으로 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동네 골목에 자리잡았다.

그 결과 일치감치 지역에 터를 잡고 주민과 고락을 함께한 동네 빵집 등 상점은 지역에서 외면당하게 됐다. 오랫동안 운영한 상점을 폐점하거나 수시로 업종 변경을 해야 했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안되니 결국 스스로 생명을 버려야 하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정부와 프랜차이즈 업계 주도로 국내에 창업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소자본 창업 구호를 걸고 퇴직자나 영세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가맹점주 유치경쟁에 나섰다.

가맹사업은 제빵제과, 치킨점과 같은 외식업, 편의점, 약국·병원, 운송업, 영화같은 문화예술분야, 자동차정비, 꽃배달서비스, 학원 등 다종다양한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시장규모는 2002년 42조원에서 2011년 78조원으로 10년만에 2배가량 증가했고, 프랜차이즈 외식업종 비중은 전체 프랜차이즈의 70%에 달하고 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탈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대형마트, SSM 뿐만 아니라 이렇게 프랜차이즈 체인화 형태로 빵, 치킨, 떡 등 외식업 형태로 실생활의 주요소인 먹을 것에 대한 침투부터 시작됐다. 슈퍼처럼 골목에 침투한 편의점 또한 31만개에 달해 이제 골목에는 슈퍼나 동네 마트보다 제품 가격도 비싼 편의점이 더 많아진 것을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기업 가맹점이 골목 곳곳에 침투해 벌어들인 수익의 주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편의점 등 대기업 가맹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주들이 매출수익을 얻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매출 수익 대부분을 대기업 가맹본부가 취한다는 것이 문제다.
 
대기업 가맹점주들 대부분이 자영업자다. 이 가맹점주들도 소자본창업 열풍으로 가맹점을 운영하게 됐지만, 현대판 노예-지주 관계라 불리우는 가맹본부-가맹점주간 가맹사업 계약, 즉 대기업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최근 가맹점주의 가맹점 운영 실태 및 점주들의 극심한 생활고 현실이 드러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골목상점 업주들과 함께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들 또한 대기업이 취하는 폭리, 편법·불법 경영방침으로 인한 피해자인 것이다.

정부나 일부 언론에서는 동네 빵집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처럼 소비자를 유인할 홍보전략을 세워 경쟁하라며, 간혹 동네빵집 성공사례를 홍보한다. 소비자들도 이를 보고 동네 빵집과 대기업 빵집을 비교하며 불만사항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명확히 해야할 점은 대기업에 맞서 성공한 중소상점은 극히 드물고 실패를 거듭하며 얻어낸 값진 결과라는 것이다.

최근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대형마트, SSM과 같은 유통대기업 규제책을 마련하고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유통법, 상생법 등을 개정하고 중소상인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을 제정하자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현재 정부정책 및 관련 제도로는 대기업과 중소상점의 경쟁력 비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소상점이 대기업의 자본력과 마케팅전략에 맞설 수 있는 구도가 성립되지 않는데,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 대기업과 경쟁하라고 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다.

여기에 대기업들간 조차 자본력을 이용한 끊임없는 신상품 개발 및 가맹점 유치경쟁, 틈새시장 공략 등에 집중하면서, 자사 가맹점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보다는 계속해서 신규 프랜차이즈 사업을 확장해 또 다른 가맹점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피해자를 양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오랜 기간 빵집 운영하며 생활고에 시달린 영세자영업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박근혜 대선후보는 중산층을 살리는 민생대통령이 되겠다며 서민들을 만났다. 하지만 이 중소자영업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도 하지 않았다.

1주일 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대형마트 매출하락을 걱정해 영업시간을 1~2시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적극 반대했고, 결국 법사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민생을 책임지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선후보 또한 영세자영업자의 죽음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중소자영업자 보호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민주당내 중소자영업자 입법전략 조차 세우지 않아 새누리당의 '몽니'에 끌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주장하고 적임 대통령이라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프랜차이즈협회 조동민 회장의 경우, 그동안 대기업 가맹본부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불공정행위 등을 통해 취한 폭리가 밝혀지면서 가맹점주 권익보호에 대해 가맹점주들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을 전면 반박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맹사업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도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악법이라고 언급해, 가맹본부의 가맹점에 대한 불공정행위를 중단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전국 700만 자영업자들이 민생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장사를 접고 거리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매일 시민들을 만나며 어려운 현실을 공감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줄 것을 부탁하고, 대선후보들과 국회의원들이 온다는 자리를 찾아가 생존권을 호소하고 있다.

내일보다 오늘 하루장사가 중요하다는 상인들이 스스로 가게 문을 닫으며 각계에 절절한 호소를 하는 의미를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 골목에 침투해 자영업자들의 터전을 몰락시켜 결국 죽음으로 내모는 사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중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을 저버리는 대기업, 대기업의 불공정을 관용으로 베풀고 대기업이 폭리를 취하도록 정책을 만들어준 정부, 이를 적극 옹호하는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사태와 현실을 절감하며 더 이상 중소자영업자들을 벼랑끝으로 내몰지 말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