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25주년 기념행사가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는 故 이병철 선대회장이 별세한 다음날인 1987년 11월20일 회장에 추대됐고, 12월1일 공식 취임했다.
25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매출은 383조원을 넘기면서 39배 늘어났다. 시가총액도 1조원에서 303조2000억원으로 303배 '폭풍 성장'했고, 직원 수 역시 16만명에서 작년말 기준 37만명으로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삼성의 브랜드가치 순위는 2004년 21위(125억5000만달러)에서 올해 9위(328억9000억달러)로 급성장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언론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취임 후 25년동안 삼성의 성장을 위해 일하다 평생 불구로 살아가야하는 이들과 백혈병 등으로 작업현장에서 쓰러져 죽어간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 "세계적 기업다운 사회적 책임을 요구합니다"
이번 기념식이 '잔치 분위기'는 커녕 비공개로 조용히 진행된 것은 이미 예상했던 대로다. '재벌'로 일컬어지는 대기업들의 불공정한 모습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삼성일반노조와 백혈병 피해자 모임회원 등이 행사장 입구를 막아, 일정이 지연되기도 했다.
삼성의 경우 무노조 경영을 위한 노조탄압과 삼성반도체 백혈병 등 희귀암 문제가 알려지며 '세계 나쁜기업' 3위로 뽑히고, 올해 초부터 세계인의 구설수에 올랐다.
삼성에서 일하다 백혈병, 희귀암에 걸려 반신불수로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은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한채, 충분한 치료도 못받고 사망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이같은 일이 사회에 알려져 문제가 된지 5년이 지나도록 회사와는 무관한 개인질병임을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직업병 인정을 막기 위해 근로복지공단과 결탁한 보조참가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재판에 개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반도체 등에서 사용하는 유해화학물질을 '기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어, 객관적으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보다 기업비밀을 더 중시하면서, 인간중심의 경영을 생각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무노조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노조탄압 문제 또한 심각하다.
가장 최근 사례를 들면, 지난 19일 삼성일반노조는 이건희 회장과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7명을 불법 도청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 문제는 도청 피해직원이 아닌 삼성SDI 前 인사차장이 실토하면서 본격화됐다. 요약하면 삼성이 '지역대책협의회'라는 조직을 통해 노조 관계자들을 미행·감시·도감청·위치추적 등 정보입수를 위해 불법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삼성의 무노조라는 경영방침 자체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이상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노조를 세우려는 이들을 불법을 감행하면서까지 막으려 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의 직업병 인정여부와 노조탄압 문제는 모두 자사 직원과 관련된 것이다. 직원에 대한 공정한 대우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취임 25주년을 맞아, 이건희 회장과 삼성그룹은 그간의 성과를 자랑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5년동안 삼성의 성장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돌아봤으면 한다. '전근대적이고 반노동·반사회적인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