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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회장 승진…' 이재용 체제'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5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됐다. 지난 2010년 12월 삼성전자 정기인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승진한지 2년만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언론들은 '이재용 체제'에 대한 '기대감'을 주된 논조로 보도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삼성특검 수사의 핵심이었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인수 등을 통해 승계를 위한 지분확보 작업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경영능력은 여전히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도 그간 삼성의 경영승계와 관련해 3세들의 경영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이재용 사장의 경우, 경영능력을 입증할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삼성 측은 이재용 사장이 글로벌 경쟁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최전선에서 삼성전자 경영전반을 지원, 창립 이래 최대 경영성과를 올리는데 기여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재용 사장의 기여라기보다 이미 공고하게 조직화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삼성 자체의 조직적 강점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시장에서 현재 삼성전자의 실적을 이재용 사장의 업적으로 평가할지 의문이다.

◆ 이재용 사장 경영능력 검증되지 않아

이재용 사장은 2000년 5월 '벤처 붐'과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인터넷사업 부문에 뛰어든 바 있다.

그는 당시 e삼성과 시큐아이닷컴의 최대주주로 인터넷 기업 14개를 실질적으로 총괄했지만, 1년후 '벤처 거품'이 꺼지고 삼성그룹 인터넷부문은 급격히 부실화됐다. 이에 삼성 계열사들이 이재용 사장의 사업실패로 인한 손실과 사회적 명성의 훼손을 막기위해 지분을 매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이재용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경우는 없으며, 지난 2010년말 사장 승진 이후에는 미래전략실과 커뮤니케이션팀의 홍보 및 계열사들의 지원 등을 통해 이재용 체제의 구축을 도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기업이자 글로벌기업으로서, 이재용 사장으로의 경영승계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시장에서 납득할 만한 수준의 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재용 사장은 스스로의 판단과 집행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삼성전자를 맡더라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검증과정에서 실패하게 된다면,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도 필요하다.

◆ 중차대한 전환기에 서있는 삼성

삼성은 그동안의 추종자 지위를 넘어 시장을 선도하는 마켓리더(market leader)가 됐다. 이에 과거와는 다른 신중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필요로 하게 됐는데, 이것은 삼성그룹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는데, 이후 애플사와의 특허소송 및 이맹희씨와의 상속재산 분할소송 등의 예에서 보듯이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업적 측면에서 합리적 의사결정 체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진 시점에 오히려 이건희 회장의 독단적 친정체제가 강화된 것이라, 삼성이 직면한 최대의 위험요소로 보인다.

이재용 사장은 부회장 승진과 함께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삼성이 주주총회를 '요식 절차'로 생각하고, 지분율 확보에만 신경쓰는 모습을 보인다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제대로된 경영능력 검증 없이 이재용 체제로 경영승계가 이뤄진다면 이재용 사장은 존경받는 CEO가 될 수 없을 것이며, 결국 삼성그룹이 직면한 위험요소는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사장은 '밀실'에서 나와 열린 공간에서 당당히 경영능력을 검증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현재 3인의 사내이사(권오현·최지성·윤주화)와 4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되어 있는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사회는 허수아비가 되고, 커튼 뒤의 이건희 회장과 미래전략실이 전략적 의사결정권을 장악해 권한과 책임의 불일치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재용 사장의 등기이사 선임 이전에 이사회 구성의 혁신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방안을 스스로 내놓아야 한다. 이는 '경제민주화'의 시대에 삼성의 변화를 알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