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론스타, 참여정부 '달래기용'으로 ISD 추진하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론스타가 한국계 투자자들에게 '버뮤다' 명의를 빌려줬으며, 이 사실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투자자-국가소송)와 연관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 주목된다.

김준환 교수(유한대)에 따르면,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숨기고자 금융당국과 '투자자 바꿔치기'를 감행했다. 산업자본은 현행법상 은행 지분을 10%(의결권은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김준환 교수는 "대검 중수부 수사자료에 있던 것을 처음으로 밝힌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2003년 9월 외환은행 주식 51%를 1조3833억원에 취득한 벨기에 법인인 'LSF-KEB Holdings SCA'는 론스타 펀드 4호(미국)와 론스타 펀드 4호(버뮤다), 허드코 파트너스 코리아가 공동 투자한 법인이다.

하지만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 당시 금융감독원에 관계 회사 현황 신고를 할 때 허드코 파트너스 코리아를 고의로 제외시켰다. 이는 론스타코리아 직원들이 1.6% 지분투자했던 것을 은폐시키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론스타가 지난 1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으로 매각하면서 유회원 前 론스타코리아 대표 앞으로 수천만달러의 뭉칫돈을 외환은행을 통해 송금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 금액이 외환은행 투자 지분인지 성공보수 대가인지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한 이보다 더 심각한 점은 금융감독위원회(現 금융위원회)에서 2003년 9월26일 외환은행 인수 승인이 나자, 론스타는 당초 신청한 론스타 펀드 4호(버뮤다)를 한국계 투자자로 바꾸기 위해 '론스타 펀드 4 B 코리아 I'과 '론스타 펀드 4 B 코리아 II'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이들 두 회사는 버뮤다에 급조해서 만든 유령회사이며, 여기에 한국계 투자자와 정권 비자금 4600억원이 들어있었다. 론스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인수 승인이 나자 외환은행 투자금액을 납부하기 하루 전인 10월29일에 투자자 바꿔치기를 한 것이다. 다시말해 론스타가 한국계 투자자들에게 '버뮤다'라는 명의를 빌려준 셈이다.

김준환 교수는 "론스타 펀드 4 B 코리아의 B는 시장에서 Blue House, 청와대로 지칭된다"며 "2006년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진행될 때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에 있던 참여정부 관계자들은 이 부분에 대해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환은행 불법매각의 '몸통' 역시 청와대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한국계 론스타 투자자들과 론스타가 추진 중인 ISD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론스타는 외환은행 인수와 매각을 통해 당초 4조7000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총 수익금 중 32%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의 수익은 한국계 투자자 몫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것이 결국 시민단체들에 의해 들통나고 주총 무효소송까지 당하자, 론스타가 빌려준 '버뮤다' 명의를 믿었던(?) 론스타 투자자들의 불만은 폭발 직전상태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시각이다.

결국 상황이 이러다보니 론스타로서는 내부 투자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ISD에 나설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라 '론스타 사태'는 이제 시작인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