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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부당지원 이력' 김창근 부회장이 SK 새얼굴이라니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지난 18일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차기 의장으로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을 만장일치로 선임했다. 이로써 김창근 부회장은 향후 대내외적으로 SK그룹을 대표하게 되며, 前 의장인 최태원 회장은 그룹 및 계열사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 대주주로서의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적절한 결정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펙스(SUPEX)란 'Super Excellent'의 약자로 SK그룹이 추구하는 경영원리이자 경영관리요소라 할 수 있다. SK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수펙스를 담당하는 부서를 두고 있으며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사실상 그룹의 의사결정을 총괄하는 최고 의결기구로, 의장은 대내외적으로 SK그룹을 대표하게 된다.

최근 SK그룹이 발표한 신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은 계열사별 자율책임경영을 인정하고 그룹은 위원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위원회의 인선 및 위원회 간 조정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김창근 부회장은 이러한 SK그룹 신경영체제에 적합한 인사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03년 김창근 부회장(당시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은 최태원 회장 및 손길승 前 회장 등과 함께 1조7000억원 규모의 SK글로벌 분식회계 및 SK해운 부당지원 등으로 특경가법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력이 있다.

비록 2008년 8.15 특별사면으로 사면되기는 했지만, 김창근 부회장에 대한 외부의 시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특히 작년 SK케미칼의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김창근 이사 선임안이 상정됐는데, 이에 대해 국민연금이 과거 '주주가치 훼손 이력'을 근거로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국내 최대의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김창근 이사 선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은 SK케미칼의 이사로 선임될 경우 주주들의 의사에 반해 업무를 집행할 가능성이 매우 클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사가 SK그룹의 계열사도 아닌 그룹 전체를 대표하는 직위에 오른다는 것은 SK그룹 전체에 상당한 위험요소라는 우려다.

최근 SK그룹이 신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계열사별 자율책임경영을 도입하고 지배주주가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그룹의 대표를 맡기기로 한 것은 지주회사 전환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전문경영인이 과거 최태원 회장과 함께 불법에 연루된 인사라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이 2004년부터 맡고 있던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직을 과감하게 버리고 전략적 대주주의 역할에 주력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계열사 CEO로써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여하게 된다. 최태원 회장이 의장만 맡지 않을 뿐, 사실상 바뀌는 것이 없는 구조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발표가 최태원 회장의 선고에 즈음해 발표된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오는 28일 예정된 최태원 회장의 형사사건 선고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