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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밀한' 금융사기와 '허술한' SK증권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파밍', '스미싱' 등 갈수록 정교하고 지능화된 전자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파밍(Pharming)은 진짜와 똑같이 만들어 둔 가짜 사이트를 통해 사용자가 모르게 금융정보를 훔쳐가는 신종 인터넷 금융사기를 말한다. 사용자를 감쪽같이 속여 은행계좌, 신용카드, 주민번호, 인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 만들어진 사기다.
 
또 스미싱(Smishing)은 문자메시지(SMS)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로, 신종 휴대전화 소액결제 사기를 말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소액 결제를 유도하거나 금융사기를 저지르는 신종 범죄다.

전자금융사기의 피해규모는 연평균 1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금융당국이나 금융사들의 대처는 너무나 안이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최근 파밍(Pharming)으로 1700만원을 사기당했다는 한 피해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1월29일 20시54분에 스마트폰 메시지에서 '로그인 한 적이없는 pc I/B로그인'이라는 문구를 확인하고 나서 혹시나 해 스마트폰 앱을 통한 계좌조회를 확인했는데, 화면이 갑자기 사라졌다. 이때 계좌에는 돈이 그대로 있었다.
 
그런데 제가 자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 외환은행에서 24시 21분경에 범용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190만원을 인터넷뱅킹으로 출금하고, 신한은행 마이너스 통장에서 폰뱅킹으로 600만원을 출금했다.

이 사실을 아침에 출근하던 중(6시45분경) 스마트폰으로 확인해보려 했지만, 전혀 확인이 되지 않아 결국 사무실 도착(7시40분경)해서 인터넷으로 확인 후 출금사항을 확인했다. 그래서 각 은행에 전화해 보안카드폐기 및 출금정지를 요청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연락 안되는 이유를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제 명의로 발신정지요청이 되어있었다. 통신사의 요구로 신분증을 복사해 정상개통하고 증권계좌를 확인하려고 하니 접속비밀번호가 잘못됐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래서 SK증권사에 전화를 해 은행 피해사례를 이야기하고 혹시나 증권계좌에서 출금할 수 있으니 출금정지를 요청했다.

증권계좌에는 증권만 있고 1월31일에 출금되는 150만원가량이 출금된다. 저는 이 사람들이 주식을 팔아도 3일후에 입금되니까 이상이 없을거다 생각했다. 문제는 여기에서도 발생했다. 이 사람들이 주식을 담보로 750만원 상당을 빼갔었다. 아니 제가 피해사실을 알렸는데 대출이 된 것이다.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피해신고를 했는데, 피해확인서가 있어야 영장을 발급받고 상대방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지 그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제가 신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 전화기의 수신이 착신 전환되어 아무런 전화도 받지 못하게 누군가 설정했다.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사례에서 보듯이, 피해자가 사고를 인지한 시점에서도 금융사의 조치는 허술해 피해가 가중됐다고 볼 수 있다. 금융사 직원도 이러한 사고에 대해 알지 못했고, 신속하게 조치하지 못해 금융사기집단이 주식담보대출까지 받아 갈 수 있었던 것이다.

피해자가 즉시 신고를 해도 금융사의 대처가 늦으면 피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수사가 늦어지는 동안 또 다른 다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피해자를 양산시키는 일련의 반복적인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대응은 금융사기 문제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장기간 악화시켜 왔다.
 
소비자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선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없으면 최초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를 인지하고 대처할 때까지 상당 시간이 지체되고, 이미 때를 놓치게 된다. 금융당국, 금융사, 금융결제 관련업체, 경찰청 등은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IT와 통신강국의 면모를 십분 살려 사고방지 대책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