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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금융 민영화, 관치가 '절대善'인가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국민주 방식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바람직한 민영화 대안으로 국민주 방식과 블록세일을 혼합한 방안을 제안했던 금융노조 등은 신 내정자의 이번 발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국민주 방식 민영화는 국내의 다수주주에게 지분이 분산돼 금융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위한 지배구조 안정화가 가능하다. 또 외국계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의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금융기관의 경영성과를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이에 반해 타 금융기관과의 인수합병을 통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시장의 독과점을 키워 시장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시에는 국민경제의 최대 시스템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

신 내정자는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한 포스코와 한국전력의 사례를 실패로 단정했지만, 금융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양상이 다르다.

특히 호주의 커먼웰스뱅크(Common Wealth Bank)는 국민주 방식 민영화의 성공적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호주 중앙은행이 100% 지분을 갖고 있었던 커먼웰스뱅크는 매각이 결정된 후 1991년 상장한 뒤 국민주 방식 민영화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지분 29%를 공모하고 20.3%는 블록딜, 50.7%는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했다.
 
특히 국민주 매각은 소득에 따라 정상가 대비 5~20% 할인율을 차등 적용해 소득 재분배 기능을 고려했으며, 매수 여력 확대를 위해 매입대금의 60%를 선납하고 잔금은 12~18개월 이후 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렇게 민영화된 커먼웰스뱅크의 실적은 놀라운 수준이다. 민영화 이후 3년간 커먼웰스뱅크의 주식 누적초과수익률은 경쟁은행 대비 50% 이상 높았으며, 자본적정성, 수익 대비 비용, ROE, ROA 등 대부분의 경영성과 지표들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하면 회사의 주인이 없어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이에 따라 경영이 악화된다는 정부의 주장이 근거없는 편견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셈이다.
 
신 내정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지나치게 정치화됐고, 관치가 없으면 정치가 되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올바른 발전을 위한 길은 내치, 정치도 아니지만 관치는 더더욱 아니다. 다양한 은행들이 건전한 경쟁을 통해 돈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그러나 어느 한 곳에 리스크가 집중되지 않고 안전하게 성장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금융산업의 발전방향이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시장과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협소한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경제와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큰 원칙 하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