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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이건희 회장 위해 고객돈 굴리고 있지않나?'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삼성생명이 고객의 자산으로 계열회사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대주주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금고' 및 경영권 유지 역할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 자산운용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발표한 '보험회사 자산운용 규제의 문제점 - 주식보유 비중에 대한 제한을 중심으로' 보고서는 삼성생명이 생명보험회사 중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이 유난히 높고, 보유 중인 주식 대부분이 삼성 계열회사 및 관계회사, 종속회사의 주식인 점에 주목했다.

작년 3월 기준 우리나라 총 24개 생보사의 운용자산은 383조원(총자산의 77.22%)이며, 운용자산은 현금 15조원(운용자산 중 4.0%), 유가증권 279조원(72.9%), 대출채권 75조원(19.5%), 부동산 14조원(3.6%)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유가증권은 주식, 채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유가증권 중 주식에 대한 투자는 23조원으로 운용자산의 5.85%, 유가증권의 8.02%다.

타 생보사의 경우 유가증권 중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장부가액 기준)이 크지 않아 삼성생명을 제외한 23개 생보사를 기준으로 볼 경우 유가증권 중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은 운용자산의 1.63%, 유가증권의 2.27%다. 삼성생명의 경우 유가증권 중 주식에 대한 투자 비중은 운용자산의 14.03%, 유가증권의 18.78%로 비중이 매우 높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3월말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총자산은 160조6000억원, 순자산은 17조7000억원이다. 운용자산은 130조원이고, 이 중 18조3000억원(운용자산 대비 14%)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등 13개 계열회사의 17개 종목 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이외 삼성카드 등 10개의 관계회사 및 종속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23개 계열회사 주식(27개 종목)의 총 장부가액은 18조1000억원인 반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장부가액은 총 18조3000억원이므로 보유하고 있는 총 주식 중 99%가 계열회사 및 관계회사 및 종속회사에 대한 투자다. 

삼성생명은 보험업법상의 자산운용규제에 따라 대주주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및 그 특수관계인,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회사가 발행한 주식 및 채권에 대해 총자산의 3% 또는 순자산의 60% 중 적은 금액 이상을 투자할 수 없다. 2012년 3월말을 기준으로 삼성생명 총자산의 3%는 4조원, 순자산의 60%는 10조6000억원으로 추정되므로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 한도는 약 4조원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 중 보험업법상의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 한도제한의 대상이 되는 회사는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13개사 외에 삼성카드, 삼성선물을 포함 총 15개 회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15개 회사(종목수로는 19개)에 대한 취득원가는 2조2000억원이며, 장부가액 및 동 주식의 공정가치는 17조5000억원이다.

▲ 삼성생명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2012년 3월 기준, 단위: 백만원·%, 자료=금융위원회·경제개혁연대
▲ 삼성생명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2012년 3월 기준, 단위: 백만원·%, 자료=금융위원회·경제개혁연대)

그렇다면 삼성생명이 이렇게 많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는 보험업법에서 대주주 등에 대한 투자 한도의 기준가액을 주식 및 채권의 경우 공정가치가 아닌 취득원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장부가액(또는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대주주 등에 대한 주식투자의 기준금액을 크게 초과하지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할 경우 기준금액을 하회하고 있어 실제 계열회사 등에 대한 투자금액은 상당하지만 현행 법률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은행과 상호저축은행, 집합투자업자의 경우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의 취득을 제한하는 경우는 취득 자체를 규제하는 것으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비율을 규제한다. 반면 일반적인 유가증권에 대한 자산운용시에는 투자 및 보유를 전제로 규제하는 것으로 장부가액(공정가치)을 기준으로 비율을 규제하고 있다.

이들 법률을 살펴보면 법문에 취득을 제한하는 경우 '취득'이라는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그 규제의 기준가액은 취득원가를 사용한다. 반면 취득 이후 보유하는 상황까지 한도규제를 하는 경우 '투자' 또는 '운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이후의 가격변동을 감안한 공정가치로 규제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의 경우 대주주 등이 발행한 지분증권에 대해 특정금액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에 한해 이사회결의를 받는 것 이외 취득규모 자체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자산운용규제에서 대주주등이 발행한 주식 등의 보유 합계액에 대해서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비율을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보험회사 소유주식을 공정가액으로 평가하는 경우 주식가격의 변동에 따라 자산운용 비율, 한도규제 준수여부가 결정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이에 따라 보험회사 자산운용규제의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해당주식을 취득하는 시점에서의 가치(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자산운용 한도규제를 적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서도 단순한 시가변동으로 인해 규제비율을 초과하는 경우 일정기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유사한 자산운용규제를 가지고 있는 타 금융업권에서 공정가치로 이미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적 안정성 차원에서 취득원가로 규제하고자 한다는 설명은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자산운용규제의 기준을 취득원가로 한다는 것은 법도 시행령도 아닌 감독규정에서 정하고 있어, 하위 감독규정이 상위 법령의 취지를 훼손하는 위임입법 일탈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이은정 경제개혁연대 실행위원은 "현재 보험업법 및 그 하위규정에서 정하고 있는 자산운용규제의 기준금액을 장부가액 또는 공정가치로 사용하게 하고, 특히 삼성생명의 사례에서 확인됐던 대주주 등이 발행한 주식보유 취득한도도 새롭게 규제해야 할 것이다"며 "나아가 자산운용규제의 기준금액 계산방법을 관행적으로 처리하거나 또는 하위 감독규정에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를 각 금융업권의 설립근거 법률에 명시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