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2011년 임시주총 당시 하성민 사장은 최태원 회장의 형사사건과 회사와의 관련성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분명히 말하셨습니다. 1심 판결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귀사에 대해 펀드에 투자하도록 지시하고, 펀드 선지급금 370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하성민 사장은 어떤 책임을 질 계획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SK텔레콤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지난 1월31일 최태원 SK 회장 등의 형사사건 1심 선고와 관련한 회사측 입장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단체는 SKT에 공문을 보내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최태원 회장의 개인적인 문제로 한정하여 판단한 이유 ▲형사사건 진행에 따라 최태원 회장 및 최재원 부회장과 회사와의 관련성 여부에 대한 감사 실시 여부 ▲2011년 8월 임시주총에서 하성민 사장이 회사와 관련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한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 부담 여부 ▲SK텔레콤 경영진이 회사 및 주주에 대해 경영책임을 질 의향이 있는지 여부 ▲재발방지대책 등에 대해 질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회삿돈 465억원에 대한 횡령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는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이 2008년 11월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출자용 선지급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소비하는 형태로 횡령했다고 판단한 데에 따른 것인데, 문제가 된 펀드 선지급금은 SKT가 투자한 370억원과 SK C&C가 투자한 95억원인 것으로 확인된다.
사건은 지난 2011년 4월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 수천억원대 손실' 사실이 공개되면서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고, 경제개혁연대는 국세청 및 금융감독원에 자금출처를 명확히 밝힐 것을 촉구했다. 얼마 후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됐지만, 그 와중에도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SKT는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에 참여하겠다고 밝혀 주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경제개혁연대는 2011년 8월31일 SK텔레콤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를 전달하고, 당시 검찰수사가 진행 중인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등의 형사사건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했다.
특히 당시 최태원 회장이 선물거래에 투자해 1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고, 이 과정에서 SK그룹 계열사의 자금 및 전·현직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가 사용됐을 가능성 등이 보도된 것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최태원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과 관련해 SK텔레콤의 자금이 사용됐을 가능성과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회사 차원의 조사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이에 대해 임시주총 의장이었던 하성민 사장(現 대표이사)은 당시 검찰수사에 대해 최태원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며 회사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단언했으며, 만일 최태원 회장의 형사사건과 회사가 관련되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한 최재원 부회장의 비자금 의혹과 회사와의 관련성 여부를 묻는 질의에 대해서도 회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며, 경제개혁연대가 제안한 감사권 발동에 대해서도 매스컴에서만 나오는 얘기만을 가지고 회사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형사사건 1심 판결에서 SK텔레콤과 SK C&C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펀드 선지급금을 최태원 회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횡령 혐의를 적용해 유죄판결을 내렸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SKT 등 SK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당시 SKT 경영진이 최태원 회장의 개인적인 문제라고 강변하면서 주주들을 호도한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책임 문제가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