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가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를 산은금융지주의 새 회장으로 제청한 것과 관련해 낙하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홍기택 교수는 학문에만 매진하며 전문성을 길러 온 사람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동양종금·삼성카드·NH농협금융지주 등의 사외이사를 지냈고,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을 거쳐 현 정권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현 정권 경제정책 창출의 '브레인'으로 꼽히는 국가미래연구원의 발기인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금융권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금융권에서는 '딱 거기까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력은 화려하나 알맹이가 없고, 현장 경험이 전무한 '비전문가'라는 것이다.
금융노조의 경우 노무현 정권 시절 '코드 인사'를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대로 전철을 밟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경제공부모임'에 참여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까지 지냈지만, 거수기에 불과한 사외이사 말고는 금융 경험이 전무한 인사를 한국 정책금융의 핵심인 산은금융 회장으로 내정한 것을 코드 인사와 낙하산 말고 달리 설명할 단어가 있느냐는 주장이다.
여기에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홍기택 내정자가 정권 창출을 위해 몸을 던졌을지는 모르지만 박근혜 정부의 금융정책과는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금산분리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홍 내정자는 과거 저서를 통해 '금산분리는 외국인을 우대하는 불공평한 제도이자 산업자본이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해 수십조원에 이르는 잉여자금을 쌓아놓은 가운데 금산분리로 인해 상당수 은행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옹호하는 논지를 폈다.
뿐만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사모펀드 등 간접투자를 통해 산업자본이 일정한 지분 내에서 은행을 소유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업투자의 애로를 없애려면 금융지주회사의 산업체 소유 금지 조항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의 금산분리 폐기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권의 최대 역점 추진사업은 '창조경제'다. 금융위원회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중점 기조로 꼽은 것 역시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창조금융'이었다. 그 핵심은 창조적인 기술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육성하는 금융정책을 펴겠다는 청사진이었으며, 이런 계획을 주체적으로 이끌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산업은행 등의 정책금융 기능의 재편과 활성화였다.
이렇게 중차대한 임무를 담당해야 할 산은지주 회장을 아무런 현장 경험도 없고 심지어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인물에게 맡기는 셈이라, 앞으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직후 "최근 공기업·공공기관 등에 전문성이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서 보낸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는데 국민께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고, 다음 정부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무런 전문성도 없고 심지어 국정철학도 정반대인 홍기택 교수를 산은금융 회장으로 내정한 것이 이에 부합하는지 의문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