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홍기택 산은금융그룹 신임 회장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그가 일관성과 소신도 없으며,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입장과 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기택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난해 2월과 3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본회의에 민간위원으로 참석해 금융위원회가 제출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심의했다.
당시 그는 이 법안에 대해 금융 선진화에 맞는지, 사외이사 강화가 경영 건전성 향상으로 바로 연결되는지 의문이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데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제도 개선안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5개월 후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또한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인수위원으로 임명됐음에도 농협지주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다 부적절 처신 논란이 일자 사외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그는 산은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직후 휴직계를 내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대의 교수 정년이 65세이기 때문에, 홍 회장은 산은 회장 임기 3년을 마치고 중앙대로 복귀해 1년 이상 교수로 활동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그가 현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라는 점도 논란의 핵심이다.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의 은행지분 보유한도 축소 등 금산분리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홍기택 회장은 삼성카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던 2008년 '왜 금융선진화인가'라는 책을 통해 금산분리를 '금융산업 발전의 족쇄'라고 비판했으며 '계속 금산분리 원칙을 고집하면 우리 금융산업의 조속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기업투자의 애로를 없애려면 금융지주회사의 산업체 소유금지 조항도 일정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지난 7일 긴급하게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내 기업이 잉여자본을 쌓아놓고 있는데 3곳 이상의 산업자본이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하면 산업자본 간에 견제할 수 있어 불공정하게 흘러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은행도 업그레이드 되지 않겠느냐'고 언급하며 이 부분을 해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우리 경제에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통한 건전한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금산분리 취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 부족을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그의 인식대로라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로 인한 사금고화로 또 다시 경제 전반에 폐해가 양산될 것이며, 이는 금융산업 발전을 근본적으로 저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인사원칙의 근간이 국정철학의 이해인데,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가진 인사가 어떻게 임명 제청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