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CJ대한통운이 교섭력 없는 화물운전자들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참여연대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두 의원(민주통합당)은 CJ대한통운 목포지사가 자동차회사로부터 구입한 화물차량의 할부금을 위수탁계약이라는 이름 아래 화물운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시키고 있다며 '7대 불공정행위 실태조사보고서'를 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당일 반박 자료를 만들어 참여연대와 일부 취재언론에 배포했는데, 참여연대 측은 CJ대한통운의 반박이 사실 왜곡이 심하다고 판단해 이를 재반박했다. 이와 함께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정식으로 신고서를 우편 발송했다.
CJ대한통운은 회사가 차량을 일시불로 현금 구입하기 때문에 할부금이 존재하지 않으며, 차량을 수탁한 개인운송사업자가 할부금을 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기준 월 사용료는 최저 3만6000원에서 108만원까지로, 참여연대가 A씨의 사례를 들어 지적한 월 220만원을 내는 수탁자는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수탁자가 받은 돈이 부족해 추가로 돈을 납부했다는 상황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고, A씨의 경우 근무 마지막달 12일 근무함에 따라 월 수입이 사용료에 일부 미치지 못해 피치 못하게 발생했다고 반박했다.
◆ 차량할부금을 공제하지 않는다?
CJ대한통운이 차량을 일시불로 현금 구매하는지 할부로 구매하는지는 이 문제에서 중요한 사실관계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A씨가 차량할부금을 하불임에서 공제당하고 있는가 여부다.
지난 23일 CJ대한통운 본사 관계자가 참여연대를 방문해 제시한 설명과 자료(위수탁 차량 부가사업 청구 기준)를 보면, CJ대한통운은 화물차량을 구입한지 5년 미만인 차량에 대해 감가상각비 계산 방법으로 정액법을 적용해 차량사용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자료에 예로 든 차량의 취득가 1억2390만원 가량을 60개월(5년)으로 나누어 월 약 207만원의 감가상각비가 부과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물차량은 최소로 잡아도 1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이는 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감가상각비 부과 방식이다. CJ대한통운은 사용한 지 10~15년이 된 차량에 대해서도 정률법에 따른 감가상각비를 공제하고 있다. 따라서 차량 취득가액을 60개월로 나눠 감가상각비를 부과하는 방식은 CJ대한통운이 사용연수 5년이 경과되지 않은 차량에 대해서는 명목상으로만 감가상각비로 공제할 뿐 사실상 차량할부금을 공제하고 있다는 것을 역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특히 차량할부금은 공제하지 않는다는 CJ대한통운의 주장은 다음 자료에 의해 결정적으로 반박된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CJ대한통운 여수지사와 위수탁계약을 맺고 일했던 수탁인이 제보한 아래 자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여수지사는 통상의 감가상각비와 차량할부금에 해당하는 감가상각비를 구별하고 그 명칭까지 분명히 구분해 매월 공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J대한통운 여수지사 스스로 '감가상각비 차액분(차량할부금)' 항목으로 공제했던 것이다.
참여연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목포지사에 근무했던 또 다른 수탁인이 회사가 차량을 구입한 할부금이 2개월 남아 있으므로, 이 차량을 배정받으려면 2개월의 할부금을 선납하여야 한다고 해 200만원이 훨씬 넘는 2개월의 차량할부금을 목포지사가 지정한 은행계좌로 입금했다.
◆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
참여연대는 그런 상황이 '일반적'이라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A씨가 그런 상황을 맞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고, CJ대한통운 역시 이를 인정했다. A씨가 만약 월 약 110만원의 차량할부금을 내지 않았다면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차량할부금을 공제하는 조건으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수탁인들은 다른 수탁인들에 비해 공제되는 할부금만큼 수입이 부족해 월 수입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할부금 공제 조건을 수용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 대법원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대법원이 차량위수탁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와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상의 불공정거래행위는 그 입법 목적과 취지, 법적 효과가 전혀 다른 별개의 법체계이므로, 그 적용 요건과 범위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참여연대 측의 주장이다.
CJ대한통운이 언급하고 있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는 상대방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악용해 현저하게 불공정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된다고 보고 그 사법상 효력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조항이다.
민법 제104조는 사법상 효력 자체를 무효화할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지니고 있으므로 그 적용요건이 매우 까다롭다. 상대방의 궁박·경솔·무경험을 악용해야 함은 물론,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존재해야만 한다. 대법원도 민법 제104조의 입법 목적과 취지 및 그 강력한 효과를 고려, 위 조항을 적용해 사법상 효력 자체를 무효화시킨 사례가 극히 드물다.
반면,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의 불공정거래행위는 거래상 지위가 열악한 자가 거래상 지위가 우월한 자와 대등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는 데 그 입법 목적과 취지가 있고, 그 법적 효과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자를 제재하는데 그칠 뿐 불공거래행위의 사법상 효력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효과까지는 없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역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행위라 하더라도 하도급법의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하급심 판례(광주지방법원 2003.9.18 선고 2001가합2190, 2003가합5599 판결) 역시 CJ대한통운의 차량위수탁과 동일한 형태의 계약관계에서 운전자(수탁자)들이 운수회사(위탁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에도 위·수탁관리권을 상실하도록 하는 계약조항은 운전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무효인 약관조항이라고 판시한 사실이 있다.
따라서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하도급법 및 공정거래법 상의 불공정거래행위도 문제될 소지가 없다는 식의 CJ대한통운의 주장은 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CJ대한통운 목포지사의 차량위수탁과 관련하여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상의 불공정거래행위로 문제삼고 있는 것은 그 거래내용 전반에 걸친 불공정한 행위들이고, 또한 하도급법과 공정거래법 상의 불공정거래행위의 경우 수탁인의 궁박·경솔·무경험은 그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CJ대한통운이 들고 있는 대법원 판례는 참여연대의 이번 신고 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했다.
◆ 공정위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CJ대한통운은 공정위의 약관심사를 목포지사의 차량위수탁 정당성 인정 근거로 내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판단한 것은 단순히 약관을 형식적으로 심사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 거래관계에서 불공정거래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해 심사한 것이 아니다. 이를 두고 공정위가 CJ대한통운의 차량위수탁의 정당성을 인정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CJ대한통운 목포지사의 차량 위수탁관리 계약서에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상법과 민법에 비해 장기(10년)로 설정하고 있는 조항과, 경미한 사유만으로도 CJ대한통운 목포지사가 계약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 약관규제법에 의해 무효로 되어야 하는 조항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공정위의 약관심사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CJ대한통운 목포지사의 차량 위수탁관리 계약서에 이러한 불공정조항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공정위의 약관심사가 처절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 우월적 지위 남용한 적 없다?
CJ대한통운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한 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CJ대한통운은 대법원 판례가 마치 '거래상 지위'와 관련해 '독과점적 수요자'로서 시장지배력을 가질 것을 요구하거나 거래계약에 있어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억압할 정도에 이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정거래법 상 '거래상 지위'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법원 2011.5.13 선고 2009두24108 판결 등 대법원 판례는 '거래상 지위'란 일방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또는 적어도 상대방과의 거래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라고만 판시했고, '거래상 지위가 있는지'는 당사자가 처한 시장의 상황과 당사자 간의 전체적인 사업능력의 격차, 거래의 대상인 상품의 특성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을 뿐이다.
참여연대 측은 "대기업인 CJ대한통운 목포지사가 수탁인들과의 관계에서 거래상 지위에 있다는 것은 매우 상식적이고 명백한 사실이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