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ECB, 추가 금융완화 나설 듯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2일 ECB(유럽중앙은행)가 5월 금융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인 Refinancing 금리를 0.75%에서 0.5%로 낮추고, 하루짜리 대출에 적용되는 한계대출금리도 1.5%에서 1.0%로 50bp 인하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중앙은행 예금에 대한 금리인데, 기존에 0%였기 때문에 더 낮출 수가 없었다.

ECB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로 낮아졌으며,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만에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ECB의 기준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ECB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측면에서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졌고, 물가측면에서 인하 여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의 유동성확대정책으로 유로화 절상압력이 커진 점도 금리인하의 한 요인이다.

현재 유로존 경제는 실업률 상승과 소비침체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유로존의 3월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12.1%로 상승했으며, 2010년 12월부터 소매판매 감소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유로존 경제는 지난 1분기에도 경기침체 국면이 지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경기침체국면이 지속되고 있고, 물가측면에서도 3월 소비자물가가 2010년 8월 이후 최저치인 1.7%로 ECB의 물가 목표치 2.0%를 밑돌았다. 특히 유로경제가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향후 물가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FED(연방준비제도)에서 월간으로 850억달러, BOJ(일본중앙은행)는 지난 4월에 내년 말까지 본원통화와 자산매입규모를 현재보다 각각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유로존의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절상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유로화 절상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금리인하 배경이 되고 있다.

현재 ECB에 관심은 향후 추가 금리인하 등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인가에 있다. 드라기(Mario Draghi) 총재는 몇 달 전만 해도 ECB가 근본적으로 완화정책과 관련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다고 밝혔었다. 5월에 전격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선 것은 최근 몇 달 사이에 통화정책 전달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탈리아의 정치적 불안, 키프로스 구제금융을 둘러싼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CDS 프리미엄이 안정세를 지속했고, 각국의 국채 금리도 하락안정세를 나타냈다. 특히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대연정에 합의함에 따라 이탈리아 국채 10년 금리는 2일 현재
3.82%로 2010년 11월 초 이후 처음으로 3%대로 하락했다.

한편 유로존의 위험지표들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위기국가로 자금이 흐르지 않고 있다. 특히 ECB의 금융완화에도 불구하고 취약국의 기업들은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들 기업들의 자금난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유로존 경기침체와 신용경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완화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드라기 총재의 추가적인 정책의지를 예금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외에도 자산유동화 시장 활성화 등 기업대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언급에도 주목하고 있다.

ECB가 시장에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정책이 은행들에 맴도는 정책이 아니라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통화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예금금리 마이너스의 의미는 일반 예금자들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중앙은행이 푼 돈을 대출하지 않고 중앙은행에 예치할 경우 징벌적인 금리(마이너스)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ECB의 결정에 대해,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5월과 6월 유럽 정상회담이 연달아 예정되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재정 긴축완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성장을 위한 대책마련 등이 합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경우 유로존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공조에 오랫동안 억눌린 수요의 회복 모멘텀이 가세하면서 하반기에는 성장으로 전환한다는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인 0.5%로 낮아졌지만, 미국과 일본과 비교할 때 아직 한차례 정도 인하 여력이 있다"며 "이를 감안할 경우 ECB는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등의 추가적인 완화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