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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증시 변동성

12일 국제 유가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배럴당 60달러선이 무너지면서 증시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유가는 원유 순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대체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만 국내 증시의 수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가 급락에 세계 경기 흐름이 불안해지면 국내 증시에서도 투자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업종별 명암도 엇갈린다. 항공주 등 수혜주의 주가는 최근 신바람을 내고 있지만 정유·화학·조선주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가 고착화할 기미가 보이면서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때의 재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지만 엔저 영향으로 파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 급락에 변동성 커지는 장세

'연말 랠리'를 기대한 국내 증시가 유가 급락이란 복병을 만났다.

최근 유가는 달러 강세, 원유의 과잉 공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단기에 가파르게 하락했다.

유가 급락은 원유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선 반길 일이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힘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추락했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세계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증시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와 동조화(커플링)가 강한 미국은 물론 유럽 증시도 유가 문제에 휘청이면서 코스피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나마 미국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지만 저유가로 러시아, 멕시코 등 신흥국의 경상수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신흥국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위험 신호도 나오는 상황이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못해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더불어 환율에 대한 변동성이 확대된다는 점에서 급격한 유가 하락은 증시뿐 아니라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항공주 웃고, 정유·화학·조선주 울고

유가 추락에 국내 증시에서 업종별 명암도 엇갈렸다.

항공주는 유가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주다. 비용 절감 등에 따라 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주가는 유가 하락이 가시화한 지난 8일 이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올랐다.

대한항공[003490]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전날까지 5거래일 동안 12.4% 올랐다.

반면 정유, 화학, 조선주는 타격을 받았다.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096770]은 같은 기간 6.5% 하락했고 에쓰오일도 3.2% 내렸다.

LG화학[051910], SK케미칼[006120] 등 화학주와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현대미포조선[010620] 등 조선주도 최근 맥을 못 추고 있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008560]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기업의 올해 4분기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며 "원재료 투입 시차를 고려할 때 고가의 원료가 사용되는 반면 연말 재고조정 시기와 맞물려 시장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의 주가도 약세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가격지표 등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이 가시화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업종 중심으로 매매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저유가 고착화?…1980년대 '3저 호황'과는 달라

유가의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저유가가 고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저유가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내년 연평균 유가를 배럴당 64∼101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기 회복 지연과 비전통적 원유의 생산증가, 달러화 강세 등으로 저유가가 고착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가 이어지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는 물론 증시에도 훈풍이 불 수 있다.

이 때문에 1980년대 중후반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으로 촉발된 저유가·저금리·저환율의 '3저 호황' 시대를 떠올리며 기대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세계 경기 부진과 부채 증가, 엔저 등 당시와는 다른 대내외 요건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현재 저유가와 저금리의 조건은 충족하지만 환율 상황은 당시와 다르다.

1986년 당시에는 달러 약세, 원화 강세의 흐름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달러 강세, 원화 약세에 더해 엔화 약세까지 더해졌다.

1980년대 후반에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강세로 한국이 저유가와 저금리의 반사이익을 누렸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이은택 SK증권[001510] 연구원은 "현재 환율은 고환율(달러 강세+엔화 약세)이라 1980년대 중후반 당시와 같은 수출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유가 하락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엔화 약세로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