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소득재분배가 경제성장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분석이 발표됐다. 이것은 문재인 행정부의 과업이자 의지인 비정규직 개혁·일자리 창출 등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참여정부(노무현 정부)가 꿈꿨던 소위 '사람 사는 세상'의 구현을 실행하고자 하는 문재인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이론적 당위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소득재분배와 경제 성장
1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분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소득재분배지수가 0.01포인트 올라가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개선된다"고 발표했다.
소득재분배지수는 시장소득 지니계수에서 각종 세금·보험료·이전지출을 반영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뺀 수치다. 쉽게 말해 소득재분배가 잘 될수록 두 수치의 차이가 크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00∼2009년 동안 각각 연평균 4.2%를 기록했고 2010∼2015년에는 연평균 3.0%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4개국과 9개 주요 신흥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보다 각각 1.3%포인트, 0.7%포인트 높은 성장률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같은 기간 연평균 소득재분배지수(시장소득 지니계수에서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를 뺀 값)는 0.0232에서 0.0228로 악화됐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분배가 경제성장의 주된 요소는 아니나 경제성장 과정에 나타난 폐해를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시경제정책이 성장의 과실이 경제·사회 전반에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운용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은, 유럽의 소득 불평등 세계 경제의 위험요소... 문재인 행정부의 과제는?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해외경제포커스에 수록된 '소득 불평등 심화 배경과 영향 - 유로지역을 중심으로' 보고서 상에서 유로지역의 '소득 불평등 심화'가 세계 경제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은 1999년 출범 이후 전반적 소득 불평등 정도가 악화된 것으로 평가됐는데 19개 회원국 중 12개국의 소득 지니계수가 '1'에 가까이 상승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는 높은 수준의 지니계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의 배경으로는 2010년 이후 유로존의 순자산 감소가 빈민층을 중심으로 이뤄 진 것과 글로벌화 진전으로 인한 기술 집약 심화, 이민·난민 유입 증가, 재정·금융위기에 따른 재정의 소득재분배 기능 약화 등이 꼽혔다.
보고서는 소득 불평등은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일으켜 경제 전반 소비를 감소시키고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꼬집었다.
언급된 한계소비성향은 새로 증가한 소득 중 실제 소비로 향하는 비율을 뜻한다. 문제는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이 고소득층에 비해 한계소비성향이 높다는 점에 있다. 즉 저소득층은 소득이 증가하면 그것을 바로 소비에 사용하는 경향이 좀 더 강하다는 뜻이다.
이밖에 소득 불평등에 따른 정치·사회적 불안과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결국 '소비의 미덕'을 강조하는 경제학, 그리고 저소득층을 포함한 광범위한 계층들에 대한 '정의로운' 소득 재분배의 긍정적 측면을 훈수한 한국은행 및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은 문재인 행정부의 직분, 재벌개혁·비정규직 개선·일자리 창출 등 경제정책에 이론적 명분을 실어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