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국내 은행들의 영업 환경과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16일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소피아 리 무디스 이사는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은행권은 경제성장 둔화와 소비심리 부진, 지속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비우호적 영업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새 정부 출범도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을 야기하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이 직면한 어려움으로 소비자보호정책에 따른 비이자 수익 성장 부진, 핀테크 기업과의 경쟁, 고비용 구조 등을 지목했다. 또한 그는 "새 정부의 중소기업지원 정책은 전 정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은행의 자산건전성에 특별한 부담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이어 새 정부가 저소득층 가계부채 완화 조치를 도입한다면 은행권 전체가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날렸다.
무디스는 작년 5월부터 한국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유지해 왔다.
신용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17개 국내 은행 가운데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광주은행 등 6개 은행에 작년 4월부터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나머지 은행의 등급전망은 모두 '안정적'이다.
다만 무디스는 국내 은행권의 자금조달과 유동성, 수익성과 효율성은 ''안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리 이사는 "국내 시중은행의 원화 예대율이 98.3%이고 은행권 전체 외화자금조달 중 장기 자금조달 비중이 90%를 웃도는 등 한국 은행권의 자금조달 구조는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이날 무디스는 한국과 관련된 대내외 긴장 요인이 국가·기업 신용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으로 전망하며 한국의 신용등급(국제신용등급)을 'Aa2'와 등급 전망 '안정적'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