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전 세계 물류대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이 국제 물류망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들은 자동 식별 시스템(AIS)을 이용해 선박의 위치나 속도, 항로는 물론 선박의 정박과 하역, 출항 시간 등의 정보를 해운사나 물류 업체들에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선박에 부착된 AIS 시스템은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위성을 이용해 선박 정보를 해운업체 등에 보낸다. 하지만 선박이 해안가 근처에 오면 해안을 따라 설치된 기지국을 통해 고주파 무선망을 이용, 선박 정보를 해운업체 등에 보내게 된다.
해운업체나 데이터 정보 업체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물류 동향을 예측하고 물류망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한다.
하지만 영국 조선·해운 조사업체 베슬즈밸류에 따르면 최근 3주 동안 중국 해안의 기지국이나 항구에서 각 물류업체 등으로 보내는 선박 데이터는 평시의 10% 수준으로 줄었다. 정보의 90%가 어디론가 증발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중국의 개인정보 보호법의 영향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인터넷 사업자의 개인정보 획득과 활용을 엄격히 제약하는 개인정보 보호법 시행에 들어갔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들은 개인 정보가 중국에서 해외로 나갈 경우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법에는 선박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는 명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데이터 제공자들이 선박 정보를 제공해도 되는지 명확해질 때까지는 지금처럼 관련 데이터를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박 운항 정보 업체 마린 트래픽의 AIS 네트위크팀장 아나스타시스 투로스는 "새로운 법이 생기면 지금처럼 이런 정보는 제공해도 괜찮은지 등을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CNN은 중국 정부의 홍보기구인 국무원 신문판공실에 설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해운업계가 1년 중 물류량이 가장 많은 성탄절 시즌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세계에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10개의 컨테이너 항구 중 6개가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중국발 데이터 증발 사태가 계속될 경우 지금까지 글로벌 해운업계가 겪은 문제보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마린 트래픽의 미디어 전략가 게오르기오스 하지마놀리스는 "성탄절 시즌에 돌입하면서 이 문제는 현재 글로벌 물류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라며 "정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